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 광야 초입에서

김레지나 2015. 3. 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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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생명에 꼭 필요하며 물이 없는 곳에 광야가 생깁니다.

광야....,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으로 가는 사십 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광야를 겪었습니다.

광야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새롭게 인식됩니다.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 연대감.

광야는 황량하게 비어 있어서 눈 돌릴 곳이 없습니다.

광활함 속에서 길을 잃고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의 별들만 보입니다.

광야는 홀로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하느님에게 향하는 장소입니다.

광야는 하느님을 찾고, 또 하느님이 날 찾으시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광야는 고요함입니다.

홀로 있고, 본질이 되고, 본래의 모습을 발견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광야'로 인도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본질로, 그러다가 다시 하느님을 의식하게 되겠지요.

광야는 우리가 다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광야엔 아무 것도 없으니 하느님이 충만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슬도 비도 없는 광야에서는 굶주림, 목마름, 갈망이 자라납니다.

내가 굶주리고 목마르고, 갈망해야한 모든 게 자라나는 광야에서

나는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광야의 반대는 시장입니다.

시끌벅적한 움직임, 사고파는 행위, 시끄러운 목소리,

다들 뭔가 원하고, 혼잡하고 분주하며 약속으로 바쁩니다.

시장에서는 많은 걸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굶주림, 목마름, 갈망을 가라앉혀 줍니다.

때때로 시장에서는 아주 조용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가끔 내 삶에 '시장'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나에겐 광야가 필요합니다.

하루에 십오 분만이라도, 한 달에 하루라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내 인생의 시장 한 복판에 광야 한 자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광야로 갈 수 없다면 당신 삶 안에 '광야'를 만드십시오.

그 광야를 위해 가끔은 사람들을 떠나 고독을 찾으십시오.

침묵과 지속적인 기도 속에서 당신의 영혼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영적 생활의 '광야'를 의미합니다.

                                                        카를로 카레토

 

                                                    <엘리야와 함께 걷는 40일>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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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초입'에서

 

 

삼 년 반 전에 암이 재발한 후에

잘 아는 언니한테 전화를 걸면 벨소리 대신 성당 십자가 사진이 뜬다며

언니는 '지금 어디야? 피정 중이야?'하고 묻곤 했었다.

언니는 그렇게 설정해놓은 적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며 이상하다고 하셨다.

 

'십자가 사진'이 시작 사인이 되었는지

그후로 육체적인 고통과 불의한 관계들 속에서 슬퍼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내 마음의 밑바닥과 한계를 체험한 '피정'을 과하게 한 것같다.

 

'시끌벅적한 시장' 속에서의 피정은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폐전이 의심을 선고 받고 이런저런 걱정 듣는 것도 번거로워서

꼭 필요한 몇몇 분들한테만 병원에 입원하노라는 핑계를 대고

제법 비장하게 '당분간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최소화하고

내 마음과 생활 속에 '진짜배기 광야'를 만들어야겠다.

'홀로' '고요히' 정말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야겠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광야' 한 자락, 특별한 은총이다.

'두근두근, 콩닥콩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