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웰 다잉 준비

김레지나 2015. 3. 7. 03:40

그제 Righr upper lobe(우상엽 폐), mediastinal pleura(종격흉막)에 < ill-defined noncalcified nodule >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Metastasis(전이)의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음.

 

폭풍 검색의 결과, 모양이 좋지 않고, 석회화되지 않은 덩어리이고, 악성일 확률이 더 높은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소세포암의 경우 림프 전이가 없더라도 암이 흉벽이나 횡경막을 침범한 상태라면 폐암 2기라는 설명도 보았다.

http://blog.naver.com/hyphp?Redirect=Log&logNo=80182800207   

폐 조직검사도 전신마취를 하고 림프액 통을 차고 있는 큰 수술이라고도 한다.

(http://blog.naver.com/hogamyi?Redirect=Log&logNo=60046815776)

 

CT 영상을 보여주시는 의사선생님께 해맑은 얼굴로

"이게 뭐에요? 물혹이에요?"하고 나왔는데,

괜히 그랬나보다.ㅎㅎ 이것저것 여쭤볼 게 있었는데 여기저기 통증호소만 하고 왔다.

 

암튼 다음에 변화를 보고 치료를 결정하자고 하신다.

의사샘이 "얼른 좋아져야지 몸이 안 좋아서 약물 치료를 못하고 있잖아요."라고 하셨다.

심장 기능, 부종, 골다공증 등의 증상으로 호르몬치료를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고

더 이상의 항암 치료를 권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인 것도 같다.

 

그 순간부터 계속 '지금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잠까지 줄어버렸나보다.

이렇게 한 밤 중에 컴 앞에 앉아서 좀 메모를 해두어야 정리가 될 듯하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김자옥'님도 대장암에서 폐로 전이가 되어 치료를 받았고,

부작용이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되어 본인도 놀라고 가족도 놀라고

마지막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나도 폐전이라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날 확률이 높으니

폐의 혹이 기적적으로 사라지거나 더이상 자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영영 병원 신세를 지기 전에 웰 다잉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해놓아야겠다.

뼈나 간에 이상이 있었다면 좀 더 여유가 있었을까? ㅠㅠ

 

요양병원에서 숨을 제대로 못 쉬고 고통스러워하던 폐전이 환자들의 모습도 기억이 났다.

그제도 병원에 들어가려고 한 십 초쯤 뛰었더니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서 괴로웠었는데,,,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증상이 숨 제대로 못 쉬는 통증인데...

뭐, 어쩄든 그런 나쁜 상황은 닥치면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 치유와 웰다잉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병은 자랑해야 정보를 많이 얻어 낫는다고...ㅎㅎ 먼저 자랑질을 좀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나중에 보완해나가야겠다.

어제 하루 동안 한 일도 상당히 많다.

오전에는 땡처리 아울렛에 가서 잠바를 샀다.

몸이 불어서 제대로 된 옷이 거의 없다.

나중에 살 빠지면 예전에 입던 옷 도로 입겠다고 그닥 신경 안 썼었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할 듯 싶다.

두께별로 잠바를 샀으니 요양병원 입원 준비는 80프로 되었지 싶다.

신지도 않았던 등산화도 빼놓았다.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집안 일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등산까지는 아니고 이삼십 분 산책을 하더라도 쪼매 폼을 내볼라공..ㅎㅎ

두꺼운 등산 양말 (뱀이 물까봐..^^), 등산용 지팡이를 사야한다.

그리고 요양병원 두어 군데 전화해보고 가까운 데는 가보고

공기가 아주 좋은 곳에 있는 병원에 입원할 계획이다.

둘째는 학교에서 자율학습 하고 오면 열 시 넘어야 집에 돌아올 테고,

반백수 남편이 아침은 챙겨줄 테고,

걱정하지 말자.

 

재발하여 수술하기 전에 혹시 예전 모습을 영영 못 찾을지 모른다고 사진을 찍어두었었다.

어제 사진관에 전화해서 원본파일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연락을 준다더니 소식이 없다.

좀 큰 사이즈로 빼놓아야겠다.

자고로, 수의를 미리 준비해두면 오래 산다던데,

유언장도 영정사진도 미리 준비해두면 오래 살겠지? ㅋㅋ

 

- 요양 병원 알아보기

- 입원 날짜 정하기 (아무래도 한 달은 바쁠 듯, 방학 때는 집에 있어야지.)

- 집 하자 보수 마무리하기(대기전력 차단 해제, 변기 물 빠짐 등)

- 한의원 침치료 받기

- 도수치료나 지압 받아보기(첨으로..ㅎㅎ)

- 냉장고 정리

- 안 볼 책들 버리기

- 앨범 정리, 사진 찍어 가족 카페나 밴드 등에 올리기

- 외장하드 두 개 사기, 엄청 용량 큰 걸로

- 외장하드에 씨디에 있는 사진, 동영상들 모아서 담기

  (기술은 씨잘데기 없이 빨리 변해서리... 씨디 플레이어가 없는 컴이 대세이니,, ... USB는 안 없어지겠지?)

- 무의미한 연명치료 하지 않도록 의향서 작성하기(효력을 내기가 힘들다고는 하는데, 방법을 알아봐야 함)

- 유언장 작성하기

- 아들들, 지인들에게 편지 쓰기

- 블로그에 있는 글들 정리, 인쇄

- 글감 파일에 모아두었던 글들 완성하기

- 보험 정리

 

이런 것들 하다보면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릴텐데...

주의력이 떨어져서 차동엽 신부님의 복음묵상 씨디도 3년 동안 듣지 못하고

이제 듣기 시작했는데..

성경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는데..

아들들에게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 주지도 못했는데..

모든 아쉬움들을 내려놓자.

 

위에 적은 걸 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 부족하지 싶다.

그외에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특별한 무엇을 해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없다.

왜냐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거지..^^

건강해지면 뭐든 더 잘 해보기로~!!

 

오늘은 여기까지~~

잠을 또 청해봐야겠다.~~ 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