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수녀님이 기분 나쁜 문자를 보냈다니까요.”
“뭐라고 했는데?”
“몰라요. 짜증나서 지워버렸어요.”
“너도 그렇게 느꼈니?”
“저도 J 수녀님이 많이 화나신 것 같았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J 수녀는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J 수녀는 급히 자신이 보낸 문자를 들고 왔다. 문자내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헛헛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자내용은 이러했다. “OO와 OO는 함께 시간 맞춰서 나에게 오길 바래.”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J 수녀의 화난 감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메시지가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다니. 순간, 아이들과의 소통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문자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거기에 아이들이 즐겨 쓰는 이모티콘이나 특수문자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아이들에게 있어 SNS메시지는 글이 아닌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말을 할 때 문자내용처럼 이런 저런 설명도 없이 감정도 섞지 않고 “너 나에게 와”하면 분명 기분 나쁠 것 같았다. 그렇다. 문자에는 화난 감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친절한 감정도 없었다. 평소 SNS를 사용하지 않는 J 수녀는 통신문 쓰듯 용건만 보낸 것이다. J 수녀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런, 여기에 이모티콘을 넣었어야 하는데. ‘바래~’하고 꼬리도 달았어야 하는데.”
그러자 J 수녀는 볼멘 목소리로 “저는 알림글 나갈 때 늘 이렇게 용건만 써서 보내거든요.” J 수녀는 글과 SNS메시지는 매우 다른 형식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SNS는 느낌과 감정을 전하는 ‘말’이라는 것을. 어쩌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문자텍스트나 SNS메시지는 말보다도 더 살아있는 감정이 실린 목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말할 때보다 더 과장해서 친절하게 써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J 수녀는 ‘그러면 길게 써야하냐’고 물어왔다. 그렇지 않다. “OO야~” 꼬리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친근감을 표현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모티콘도 적당히 넣어주고 ‘알았어’가 아니라 ‘알았당~^^’ 하면 감정이 한층 더 따뜻하게 전달된다.
언젠가 어떤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이 “네. 알았습니다.”였다. 그런데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차가운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문자 한 줄에 차가움과 따뜻함이 확연히 구분된다. “알았습니다.” 대신에 그저 “넹~”하는 단 한 글자에 친밀감이 전달된다.
게다가 요즘에는 소리 내며 움직이는 이미지와 귀엽고 익살스런 SNS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감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자텍스트와 SNS메시지는 읽는 글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글이 되었다. 활자의 발명으로 인해 새로운 감각구조와 언어에 변화가 있었다면 SMS와 SNS메시지로 인하여 또 다른 새로운 감각의 문이 열린 것이다. 글은 들어야 하고 그 목소리는 보아야 하는 감각의 시대이다.
이러한 감각으로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책도 문자처럼 들으려 하고 보려고 한다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느낌으로 사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읽고 보고 느끼는 책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책 제목부터 돌발적이고 감각적이다.
‘생각’을 잃어가는 ‘감각’의 시대,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13) ‘생각’을 잃어가는 ‘감각’의 시대
책장 넘기며 ‘생각’ 되찾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인해
눈에 보이는 감각적 느낌만 중요시
책조차 보고 느끼는 형식으로 변화
눈에 보이는 감각적 느낌만 중요시
책조차 보고 느끼는 형식으로 변화
발행일 : 2014-10-12 [제2914호, 17면]
김용은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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