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용은 수녀님

(12) SNS는 ‘공개일기장- 자신과 친밀한 교감 이루는 ‘글쓰기’

김레지나 2015. 1. 24. 21:53

(12) SNS는 ‘공개일기장’

자신과 친밀한 교감 이루는 ‘글쓰기’
‘보여주기식’ SNS 공개일기보다
마음 속 울림 주는 종이일기를
발행일 : 2014-10-05 [제2913호, 17면]

어느 유명 연예인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점점 가식적으로 변하고 글도 남들을 의식하여 올리다보니 자신이 읽어도 오글거릴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일기처럼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며 사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이웃이 많아지자 자유롭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한다. 한마디로 SNS는 만민에게 드러내는 공개 일기장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니 당연히 내면의 진심보다는 외부의 반응에 따라 연출하기 마련이다. 물건을 살 때에도, 여행을 갈 때에도, 외식을 할 때에도 그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기보다 SNS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런 저런 의도된 설정을 한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자기애에 빠져 자아도취적 성향이 높아진다.

한 심리학자가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이나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주변의 칭찬과 격려에 예민하여 수시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또 다른 사회심리학자의 실험결과에서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정보를 많이 공개하는 사람에게 별로 호감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SNS에서의 친구는 가상의 친구일 뿐, 오히려 현실 친구와는 과다한 정보로 인하여 관계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SNS를 일기장으로 사용하다보면 자기노출에 대한 쾌감이 너무 강렬해서 가족과 이웃과의 진실한 소통에서 밀려오는 잔잔한 행복감을 즐길 줄 모른다. 결국 SNS에서의 ‘보여주기식’의 사진과 글은 ‘나’를 알리는 이벤트창구로 전락하고 만다.

잊혀져가는 종이일기장을 꺼내들면 어떨까? 특히 디지털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연필로 쓰는 종이일기장은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다. 디지털기기를 잠시 멀리하고 연필로 일기장을 쓰다보면 온전히 내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글쓰기는 자신과의 친밀하고도 깊은 교감을 이뤄낸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도 소란했던 외부환경을 잠재우고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혀준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 단 한 줄이라도 나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일기장에 남기다보면 분주하고 산만했던 마음이 정리된다.

나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나 자신과 주님 앞에서 언어와 문화의 벽으로 인해 엉켜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그 평화로운 느낌이란 잊을 수 없다. 일기쓰기는 희미한 기억들이 선명하게 채색되면서 특별하고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는 내 자신과의 깊고 깊은 만남의 끝자락에 서게 해주고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만의 은밀한 기도가 시작된다. 이는 오로지 나 홀로 그분 앞에 서 있을 때 가능하다.

‘센티’(sentimental)해지는 가을이다. SNS에서 일기장을 공개하면서 자존심을 찾기보다 종이일기장에 펜을 꾹꾹 눌러 천천히 써내려 가다보면 어느 순간 마법처럼 아름다운 ‘자존감’이 쑥쑥 자라리라. 자랑하지 않아도, 내세우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소리치지 않아도, 그저 “나여서 나는 참 좋다”는 속삭임이 마음 깊숙이 커다란 울림으로 남게 되리라.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라고 고백한 소설가 김훈의 이 ‘느낌’을 우리도 맘껏 누려보면 어떨까?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김용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