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왕 그리스도
전삼용(요셉)신부 |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소통의 달인’이라 불리는 김창옥 원장은 그의 강의에서 ‘소통은 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그가 아버지와 소통하게 되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김창옥 교수의 아버지는 청각장애 를 지니고 있어서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리고 술과 도박으로 집안 사정을 매우 힘들게 해서, 막내였던 김 교수도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치아를 하나 해 넣으려고 한다며 용돈을 달라고 먼저 청하였습 니다. 그렇게 약해진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져서 아버지께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어색했던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둘만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아버지의 작고 처진 어깨를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소통하기 위해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어야 상대가 나를 받아들입니다. 내가 받아들여진 이후에야 말이 통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이 세상에 다시 오시는 날은 심판관의 위엄을 지니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을 기준삼아 우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곧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이 그리스도로 보이지 않는다면 마지막 날 우리의 구원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이 세상에 내려오시어 가난한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내어주시며 소통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이것이 곧 아버지의 뜻을 따름이었고 아버지와 소통하는 길이었습니다. 마찬가 지로 우리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우리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그분과 소통하는 길인 것입니다.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 신부님으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히기 전까지 출판 선교 사업부터 시작하여 성모 신심 단체인 ‘성모의 기사회’를 설립하 는 등 많은 일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탈옥한 죄수 한 명 때문에 제비에 뽑힌 열 명이 죽어야 했는데, 콜베 신부님은 그중 한 사람을 살리고 대신 돌아가셨습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처럼 콜베 신부님을 맞아주실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그렇게 나에게 고마워하는 많은 사람을 만들어 놓는 것이 자신의 영혼구원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왕은 자신의 백성 중 가장 불쌍한 이들을 사랑합니다. 하물며 그런 비천한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사람은 얼마나 더 사랑하겠습니까? 왕은 이번 성탄 때도 그렇게 당신을 기쁘게 해준 이들을 만나러 오십니다.
- 2014년 11월 23일자 수원교구 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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