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전삼용(요셉)신부 |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가난한 이들에게 처음부터 그렇게 열성적으로 봉사하신 것은 아니 었습니다. 그분은 어려서부터 성당을 다니면서도 신앙의 감격적인 체험 없이 답답하고 공허한 마음 으로 살았습니다. 수녀원에 들어가면 그 마음이 채워질 것 같았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가시지 않았습 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원 복도를 걸어가다가 주님께서 빌라도의 뜰에서 채찍에 맞으시는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백 번은 더 본 그림이었지만 웬일인지 그날 그 순간만은 전혀 다른 새로 운 감명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믿지 않았고,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 었던 것입니다. 그분이 죄 많은 나 하나만을 위해 그렇게 고난을 받으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분의 사랑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니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 일상적인 수도생활은 너무나 사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 중에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로 가서 그들과 함께 지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아무리 드려도 그분의 은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렇게 더 힘들고 몸이 부서져 갈수록 마음은 더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우리 마음 안 성전에 참으로 주님을 모셨을 때의 변화입니다. 감사와 봉헌이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 마음 안에도 주님께서 살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성전은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입니 다. 로마 교구의 교구장님은 교황님입니다. 성당에 사제가 없다면 그것이 돌덩이에 불과하듯이, 라테라노 성전에 교황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 큰 성전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성전을 참 성전으로 만드는 것은 그 안에 반드시 계셔야 하는 분이지 건축물 자체가 아닌 것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전 앞에 프란치스코와 그 형제들이 성 전의 웅장함을 보며 놀라는 장면이 커다란 청동 동상으로 세워져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프란치스 코는 청빈을 목적으로 한 회칙을 교황 인노첸시오 3세에게 인준받기 위해 올라왔었으나 그 회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황님은 라테라노 성전이 허물어져 가는데 한 거지가 어깨로 그 기둥을 받치고 있는 꿈을 꾸고는 바로 프란치스코를 다시 불러 회칙을 인준해 주었습니다. 이는 성전이 아무리 웅장하다 할지라도, 돈과 권력, 쾌락 등에 의해 더 이상 하느님께서 거처하시기에 합당하지 않은 곳이 된다면 그렇게 허물어져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채찍으로 성전을 정화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마음의 성전에서도 마더 테레사의 경우처럼 ‘기쁨’과 ‘감사’와 ‘봉헌’이 흘러넘치지 않는다면 무언가로 오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채찍을 만들어 내 안에 꽉 찬 우상들을 몰아낼 용기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 2014년 11월 9일자 수원교구 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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