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 울림 준 프란치스코 교황, 모두가 응답해야 |
교황은 방한 마지막 일정인 명동성당 미사에서 한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60년 넘게 지속된 분열과 갈등의 체험을 거론하면서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의 말씀으로 남북의 화해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명확히 밝혔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 연설에서도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강조했다. 교황의 바람대로 남북이 서로 만나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우리의 일이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또다른 신호를 보냈다. 극도로 바쁜 일정을 쪼개 세월호 유가족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난 그 행위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교황의 진심 어린 태도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쓴 자필 편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편지에서 교황은 실종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가족들의 고통에 함께했다. 교황의 일관된 관심이 힘이 돼 세월호 사건은 다시 국민적 의제로 떠올랐다. 우리는 교황의 성심에 응답해야 한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교황이 떠나기만을 기다린 듯 세월호 유가족의 뜻을 짓밟는다면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위선 덩어리라는 낙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약자와 빈자들이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황은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극단적인 빈부격차의 사회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교황의 뜻을 우리 사회는 숙고해야 한다.
교황은 교회 내부를 향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유혹에 빠지지 말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돼야 한다는 충언은 부자들만의 모임이 돼가는 우리 교회를 향한 따가운 일침이라고 할 것이다.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며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한 교황의 말은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해 던진 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교황이 남긴 화두에 응답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깨어 일어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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