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감사를 드리지 못한다면
루카복음 17장에 예수님께서 나병환자 열 사람을 고쳐주신 이야기가 나온다.
병이 나은 열 명 중에 예수님께 돌아와서 감사드린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방향의 묵상 중 한 가지:
예수님께 기복적인 것만을 구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은 후에는 더 이상 예수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아홉 명의 나병환자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도응답'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표징'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돌아와 감사를 드릴 수 있다.
한 명의 나병환자는 그 '표징'을 볼 수 있었기에 '병의 치유'와는 견줄 수 없이 값진 기쁨과 평화를 누렸고 예수님께 감사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도 묵상을 해보았다.
어쩌면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우리가 어떤 지향으로 기도를 너무너무 열심히 한 후에 그 기도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열심히 기도한 데 대한 당연한 댓가를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테니까.
(만약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기도했는데 왜?'하고 원망에 빠지게 되어 감사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런 마음 자세는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는데 걸림돌이 되어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온갖 좋은 것들은 내 기도능력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 얻어지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하느님께 우리의 구체적인 바람을 아뢰기 전에 먼저 이렇게 청해야 한다.
"우리가 기도하기 전이나 기도하기 시작한 후나 상관없이, 기도지향이 이루어지든지 이루어지지 않든지 상관없이,
하느님께서는 변함같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충분히 베풀어주고 계시는 분이심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하느님께서는 다만 우리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시기에
우리의 종알거리는 기도를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가슴 아프게 여기시며 들어주시고 이루어주신다.
아직 부족하고 아쉬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를 누구보다 잘 아시고,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시는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마땅한 일을 할 줄 모르면, 고작 '지나가버릴 몇 가지'를 얻기 위해 '진정한 평화'를 누릴 줄 아는 지혜를 놓치기 쉽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힘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히 이루어주실 수 있는 분이시다."(에페 3,20)
- 엉터리 레지나의 엉터리일지 모르는 묵상-- 2012년 9월 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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