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조 스쿠풀리의 <심전>중 p.168
제 38장 덕을 얻기 위해 싸울 수 있는 모든 기회들을 소중히 여길 것, 특히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을 제공하는 기회들을 소중히 여길 것
독자여, 덕을 습득함에 있어서는 장애가 되는 기회들을 피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아직 불충분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기회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 오히려 그런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애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 기회가 나타나면 그대는 기쁘게 그것을 껴안도록 하라. 그리고 그것이 그대에게 불쾌한 것일수록 한층 더 그것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아래에 말하는 몇 가지 주의사항들을 언제나 마음속에 새겨둔다면,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반드시 위와 같이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주의사항은, 곤란한 상황들은 덕을 쌓기에 적당한 길, 아니 반드시 필요한 길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덕을 쌓으려고 그대가 주님께 기도할 때는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기회까지도 간구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기도는 공허할 뿐이며, 그대는 자신과 모순되는 행위를 하는 셈이 되고, 더 나아가 인내심을 길러주기 위해 어려움을 겪게 하시고 겸손함을 길러주기 위해 멸시를 당하게 하시는 주님을 시험하는 셈이 된다.
다른 모든 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덕이란 그 습득을 돕기 위해 우리에게 제공되는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그것을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하는 행동들은 우리로 하여금 보다 강하고 담대하게 그리고 보다 쉽고도 신속하게 덕으로 향하는 길을 개척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의 바람을 거스르는 타인의 사소한 말 한마디나 눈길조차 귀중히 여겨 덕을 얻는 데 사용하지 않고는 결코 그냥 흘려보내는 법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 사소한 경우에 있어 우리가 취하는 행위는, 혹심한 곤란을 당할 경우에 우리가 취할 행위만큼 큰 부담이 되지는 않으면서도 더욱 자주 행할 수 있는 만큼, 덕을 수련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주의사항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가 겪게 되는 모든 일은 다 주님께서 우리가 어떤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우리의 유익을 위해 보내주시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장에서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우리 자신이나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 범한 과오들 같은 사건들 중에는 그것들이 죄를 미워하시는 주님께로부터 보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를 방지하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허락하신 것으로 보아서는 그것들이 주님으로부터 말미암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우리를 덮치는 모든 불행과 고통은 우리 자신의 과오나 다른 사람의 악의 때문에 오더라도 실은 주님께로부터 혹은 주님으로 말미암아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이에 협력하시기 때문이다. 주님의 그 맑으신 눈으로는 너무나 추악해 보이므로 우리가 그런 끔찍한 불행을 당하기를 원하시지야 않지만,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가 영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도록, 또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다른 이유에서 이를 인내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나 혹은 우리 자신의 타락된 행위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모든 난관들을 우리가 즐겨 인내하는 것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임이 명백해졌다.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인내심이 부족한 것을 변명하려고 ‘주님께서는 악행을 원치 않으시고 실로 미워하신다’ 라고 말하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 주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바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회피하면서 자기의 개인적인 결점을 감추고자 하는 헛된 핑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주님께선, 우리가 다른 어떤 괴로운 일들로 말미암아 생기는 고통을 참는 것보다도, 사람들 특히 우리가 선을 베풀어주었던 사람들의 배은망덕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받게 되는 고통을 인내하기를 더욱 원하신다. 왜냐하면 대개 후자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보다 우리의 교만한 본성을 더 잘 통제해 주기 때문이며, 우리가 그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주님의 거룩하신 뜻을 만족시키고 현양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악의와 죄의 악취가 진동하는 독으로부터 덕과 선의 달콤하고 진귀한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며, 또 그 순간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주님의 자비와 전능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일에 협력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즉 독자여, 주님께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덕행의 길을 걷고자 열망하고 또한 덕을 쌓으려고 성실히 노력하는 것을 보시는 그 즉시, 가장 격렬한 유혹과 가장 곤란한 상황이라는 쓴 잔을 준비하여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이를 우리에게 마시도록 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사랑과 우리 자신의 유익을 생각하며, 우리 앞에 주어진 이 잔을 흔쾌히 받아들고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단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신속하고 확실하게 다 마셔야 한다. 이 물약은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손으로 처방되었으므로, 그 성분이 쓰면 쓸수록 우리 영혼을 구원해 줄 큰 위력이 담긴 것이다.
'밭에 묻힌 보물 > 책에서 옮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 - 마더 에우제니아 (0) | 2012.11.20 |
---|---|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주는 삶의 진실 - 스즈키 히데코 - 죽음에 이르는 5단계 (0) | 2012.10.03 |
" 곧 침묵과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아일린 조지 < 천국에서 나눈 대화 > (0) | 2012.06.29 |
위기는 선물이다 - 안셀름 그륀 (0) | 2011.09.30 |
사제를 위해서 기도드리자. - 성체성사에서 만나는예수님 사랑에서 (0) | 201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