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2년

★★ 마중물 신앙체험 - 신나는 은총 광고

김레지나 2012. 7. 8. 16:58

 

마중물 신앙체험

 

 

   오늘 집에서 키우던 이구아나가 죽었습니다. 한 달쯤 전에 둘째, 유지니오가 이구아나의 수명이 10년 이상이라면서 계속 정붙여 키우겠다기에 새 식구로 삼았습니다. 튼튼하게 자라라고 ‘장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놀이목을 넣어주고 히터도 깔아주고 일광욕도 시켜주며 살뜰히 살펴주었습니다. 초록색 피부가 예쁘고 움직임이 활달하고 귀여워서 유난히 빨리 정이 들었습니다. 그런 장군이가 먹이를 잘 먹지 않더니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말라가다가 죽은 것입니다. 한 달간 온 가족이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면서 전용사료와 각종 야채를 주었는데, 턱밑에 먹이가 있어도 장군이가 스스로 먹지 않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문득, 하느님께서는 절망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실 때, 제가 장군이를 보면서 마음 아파했던 것보다 몇만 배나 더 안타까워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을 때,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당할 때, 지독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들로 인해 영혼이 부서져 절망에 빠지지 말라고 하느님께서는 분명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에게 영혼의 양식을 건네주실 겁니다. 만약 우리가 장군이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양식을 먹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도 속수무책으로 마음 아프게 지켜 보시고만 계시겠지요. 절망에 빠져 지내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길어내고, 마실 수 있게 하는 ‘마중물 신앙체험’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은총을 몰라보거나 마다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졸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마중물 신앙체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체험한 작은 기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그 기적이 제게는 두 번의 암 투병에도 하느님의 은총을 길어내어 평화를 얻게 해준 ‘마중물'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축농증, 천식, 기관지염, 알러지, 잦은 구토, 신장염, 피부병, 위염, 거의 매일 쏟는 코피, 액취증 등으로 몹시 고생했습니다. 일 년의 절반 이상 감기를 앓았습니다. 익사사고, 교통사고를 당했고, 화상과 낙상으로 각각 여러 달씩을 절뚝거리며 다니기도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2년간은 허리가 아파서 고생했습니다. 심한 날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였고, 머리감는 것은 물론이고 걷거나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물리치료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저를 안수기도 모임에 데리고 가셨는데, 저는 하느님께 허리만이라도 낫게 해주시라 기도했습니다. 안수를 받으면서 제 허리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수해주신 분이 어찌 아셨는지 제게 ‘허리가 따뜻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더니 ‘성령께서 제 허리를 낫게 해주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허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습니다.

 

  23년 전, 초임 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효소단식도 하고 침도 맞고 녹즙도 해먹고 지냈지만 정상생활이 힘들만큼 늘 피곤했습니다. 또 ‘치루’라는 병에 걸려 어디다 말도 못하고 저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염증 때문에 항문이나 직장에서부터 엉덩이로 누관이 생겨서 진물이나 고름이 나오는 병인데, 제 경우에는 초기부터 4~5개의 누관이 생겨서 불편하고 아팠습니다. 의학사전을 뒤져 보니, 누관들을 다 잘라내고 봉합하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고,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하기 쉽고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저는 9일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묵주기도 하는 게 유일한 일이었는데도 피곤해서 기도 중에 잠들기 일쑤였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2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하느님께 투덜거렸습니다. “하느님, 어떤 사람은 9일 기도 한 번만 해도 다 들어주신다면서 왜 저는 2년이나 계속했는데도 안 나아요?”하구요. 마치 하느님의 목소리인 양 제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병이라도 있어야 하느님께 붙어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다 치질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입원이 필요 없이 당일 수술, 당일 퇴원한다는 신기술을 자랑하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환부를 보시더니, 치루 수술은 다른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큰 고생 없이 치질수술을 받게 되어 기뻤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수술을 받는 것은 몸서리치게 싫었습니다.

  수술을 받은 날 저녁에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저 오늘 신통한 병원에서 쉽게 수술 받게 되어서 기분 좋아요.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너무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어요. 부끄러운 수술은 그만 받고 싶어요. 겁도 나구요. 저 2년 동안 기도 열심히 했잖아요. 다른 병은 다 갖고 있을게요. 치루만은 수술 없이 낫게 해주세요. ‘웬만하면’ 이참에 낫게 해주세요. 하느님을 떠날까봐 걱정하지는 마세요. 저 낫게 해주셔도 절대 하느님 떠나지 않을게요. 수술을 더 미룰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웬만하면~이참에’라고 조르던 제 마음의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제 상처를 확인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고, 아물었다 터졌다 하던 다섯 개의 구멍이 완전히 아물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완전히 다 나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도했으니까 당연하지’하는 생각으로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실밥을 뽑으러 외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이상하다? 이렇게 낫는 법은 없는데..” 하루만의 변화에 놀라고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2년간 기도한 걸요. 당연한 거지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려했지만 비웃음을 살까봐 참았습니다. 저 혼자 속으로만 ‘놀라기는. 하느님이 못하시는 일이 어디 있다고?’라고 중얼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염려가 맞았습니다. 결혼 후 10년이 넘게 냉담했으니까요.)

 

  저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의사의 인증(?)’까지 받게 된 치유의 기적을 체험한 후로, 하느님께서는 제 기도를 언제든 듣고 계시는, 든든한 분이라는 것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 덕에 6년 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작년에 재발했을 때에도, 제가 비교적 담담하게 병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심을 체험했었기에, 암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이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체험한 치유의 기적이 제 병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기도 경향을 바꾸어놓은 전환점이었고, 더 성숙한 신앙을 얻어 누릴 수 있게 한 ‘마중물 신앙체험’이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지극한 기쁨과 평화의 은총을 얻어 누릴 수 있었습니다.

 

 

  뭐라 위로해줄 말을 찾지 못할 정도로 딱한 처지에 있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주님께 희망을 두기를 바라면서 그분들이 처한 어려움에 알맞은 제 체험을 이야기해드리곤 합니다. 간혹 절망에 빠져서 주님의 위로를 알아차리지 못한 분들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분들에게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길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제 치루가 나았던 기적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서로 문제의 한 복판에 있을 때 만나게 된 것을 보면 성령께서 분명 더 풍성한 은총을 주시겠다는 사인이 분명하고,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영육간의 치유의 은총을 꼭 베풀어주실 것이고, 우리의 할 일은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인내와 희망을 배우는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꼭 알맞은 때에 이루어지는 만남,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의 신앙 체험, 절박한 순간에 뜨겁게 와 닿는 말씀 한 구절이 하느님의 은총을 얻어 누리게 하는 마중물 한 바가지입니다. 우리가 큰 고통에 처해 있을 때, 그 고통이 우리를 부서뜨릴 수도 있지만,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기도 방향을 바꾸면 우리를 더욱 거룩하게 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그러기에 내적인 치유가 외적인 치유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마중물이 되는 신앙체험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글로 전하는 제 '은총광고'가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주님께 더 나은 은총을 청하고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절망하지 마십시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우리의 아빠이십니다.”

 

 “주 하느님의 말(약속)이다.

  내가 몸소 내 양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에제 34, 15-16)

 

                                                            2012년 7월 3일 엉터리 레지나 씀

 

            환우님들께

 

 

   행여 제 ‘신나는 체험’을 읽으시고 병원치료를 받지 않고 기도만 하겠다고 버티는 분들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의사 선생님의 손길을 통해서 더 잘 역사하십니다. 늦지 않게 치료 받으십시오. ㅎㅎ

 

  하느님께서 어떤 때에 질병을 고쳐주시고 어떤 때에는 질병을 허락하시는지 저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나은 질병’보다 훨씬 더 많은 ‘낫지 않은 질병’들 때문에 고생을 했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암에도 걸렸고, 지금도 항암치료 중입니다. 치루가 기적적으로 나았던 것은 저와, 저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주님께 바라라는 메시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하는 표징이 여러분들 신앙의 목적이 아니라 신앙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 졸글 <표징을 찾으십니까?> 와 함께 읽어주세용.)

 

  하지만 저는 하느님께서 어떤 때에 마음을 낫게 해주시고 어떤 때에 낫게 해주시지 않는지는 확실하게 압니다.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해, 이웃을 통해 우리 곁에 놓아주시는 영적인 양식을 알아차리고, 먹고, 소화하려 애쓰면 100퍼센트 낫습니다. 반면에 절망에 빠져 문제만 들여다보느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적인 양식을 보지 못하고 먹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어찌하실 수 없이 아파하는 우리를 지켜보고만 계실 뿐, 낫게 해주시지 못합니다.

 

  그러니, 외적인 표징에만 매달려 있다가 낙담하거나 좌절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육체적인 치유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값진 성령의 위로를 입게 되실 것입니다.

 

“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2-5)

 

                                                              2012년 7월 8일 엉터리 레지나 덧붙임 ^^

 

 

                                    일광욕 중인  장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