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성체 현시, 여느 때와는 달리 이제 막 서품을 받은 서른 정도의 젊은 이탈리안 신부가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성가를 불렀다. 훤칠한 키에다 잘 생긴 얼굴, 거기다 노래 부르는 솜씨마저 예사롭지 않은 그 친구가 내게 이렇게 이쁘게 보일 정도니 하느님 보시기에는 어떠실까? 저절로 그 친구를 위한 기도가 바쳐졌다.
“아이쿠, 하느님 아버지! 저 정도면 밖에서 살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데 왜 부르셨대요? 또 저 친구는 어쩌다가 신부가 되기로 맘을 먹었대요? 하지만 어차피 당신이 선택하신 운명, 오늘 밤처럼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저 평화롭고 멋진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성체 현시가 끝나고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을 건넸다.
“다니엘레! 오늘 성체 현시는 네 환상적인 오르간 연주와 ‘아베 마리아’ 때문에 더욱 성스러운 분위기에서 거행되었던 것 같다. 너무 좋았어. 하느님께서도 너무 기쁘셨을 거야.”
“그래?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왠지 무엇엔가 끌리는 듯 오르간 앞에 앉았고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싶어졌었어. 다 끝내고 나니까 묵상 중인 형제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걱정이 되더라구. 그런데 그렇게 말해 줘서 너무 고마워.
다니엘레 신부는 금방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잘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 순수한 모습을 보는 나도 물론 행복했다.
칭찬을 받을 만한 사람이 칭찬 받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또한 칭찬 받을 만한 사람을 칭찬하는 일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칭찬하고 칭찬 받는 일을 통해 사람들은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발전시켜 나가면서 자기의 수고에 대한 보상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다.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아낄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칭찬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칭찬이 사람들을 교만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칭찬을 하는 사람은 진실해야 하고 칭찬을 받는 사람은 현명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 과장된 칭찬을 면전에서 되풀이하는 것은 우아하게 포장된 아부에 지나지 않는다. 칭찬을 하는 사람은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상대방, 혹은 제삼자에게 전해야 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섬세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의 수고와 선행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으로 자신 역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애와 함께 정직과 절제의 미덕를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칭찬과 아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므로 까닭 없는 과분한 칭찬에도 한껏 우쭐해져서 교만에 빠지는 것이 시간문제다. 칭찬을 받는 자는 자기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헌신과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감당해 낼 수 있는 인내심, 그리고 자기의 능력에 대한 찬사를 피하려는 겸손함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한 현명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더 많은 칭찬이 따르게 될 것이다.
좀 더 진실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많이 칭찬하고, 좀 더 현명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의 칭찬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순간 입이 즐겁겠으나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머물러 사는 삶 전체가 풍요롭고 행복해 질 것이다. 많이 칭찬하고 칭찬 받으면서 많이 행복해지자.
“현명한 사람은 남의 칭찬을 받고 그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그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집회37,24)
한국오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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