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종교인과 신앙인

김레지나 2011. 12. 18. 15:38

“여보세요? 선생님, 혹시 ‘시튼 피정의 집’ 앞에 차량 주차하셨습니까?”

“네, 그런데요?”

차량 소유자의 목소리가 약간 신경질적으로 들린다. 아마 주차한 차를 빼달라는 귀찮은 전화로 생각한 모양이다.

“아예, 라이트를 켜놓으신 채로 주차해 놓으신 것을 행여 모르실까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상큼한 오후에 내일 미사 강론도 준비할 겸 산책을 하다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두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아까 라이트 켜 놓은 채로 주차해 놓았던 사람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셨을 텐데 일부러 전화까지 주신 친절이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다시 인사나 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천만에요, 이렇게 감사의 전화를 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더 감동입니다. 하하하”

그리스도인은 지상에 두 발을 딛고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달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 내 뜻 보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사람들이다.

하느님 나라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결코 멀리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는 매일 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웃에 대한 작은 배려와 친절함, 그 따뜻하고 순진한 마음속에 있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맞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루가18,17)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무엇일까? 결코 어려운 신학적 사유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언제나 단순하고 한결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22,39) 우리들이 서로 서로 위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한 평생 기쁘고 평화롭게 살라는 것이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유치원생들도 다 알만한 이 단순한 신앙 내용이 어쩌다 이토록 어렵고 복잡해 졌을까? ‘제도’로서의 ‘종교’는 어려운 것일지 모르나 ‘진리’를 갈망하고 믿고 따르는 ‘신앙’은 언제나 단순하다. 그래서 ‘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 모르나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고 단순하게 살자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나 잘 모르는 사람이 말할 때는 오히려 길고 복잡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 우리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아닌지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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