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1년

♣♣☆ 폭풍 속에서 춤을

김레지나 2011. 12. 4. 18:23

폭풍 속에서 춤을

 

  살다 보면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고 바람이 무섭도록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역경에 처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흔히 “하느님의 뜻이라도 있기는 한답니까?”하고 따져 묻곤 한다. 하지만 높이 있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분간해 내기도 힘든 일이려니와, 그 뜻을 알게 된다고 해서 폭풍우를 더 쉽게 견뎌낼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하느님의 뜻을 알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힘들고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고, 하느님의 뜻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더 투덜거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느님의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해 견디어 내는 것이리라.

 

  재발한 암 때문에 한창 치료 중인 내게 본당 신부님께서 건네신 말씀이다.

  “우리 삶의 여정은 언제나 고통과 행복이 함께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인생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 아니라 폭풍 안에서 춤추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영화 ‘왕과 나’에서 두 주인공이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추는 장면과 배경음악인 “Shall we dance?"가 떠올랐다. 문득 ‘이 이미지와 노래야말로 지금 나의 최선의 모습이고 내 남은 삶의 주제가이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오래도록 ”Shall we dance?를 흥얼거리면서 신이 나서 헤죽거렸다.

 

  그렇다. 폭풍우를 왜 겪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모르는 채로도 최선을 다해 견디면 될 일이다. 신부님 말씀처럼 고통 속에도 행복이 함께 있는 법이니, 폭풍우 소리에 가려져있는 행복의 멜로디를 찾아 들어봐야겠다. 그런 다음에는 그 멜로디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겠지. 나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주위로 눈을 돌려 보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떨며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에게 다가가야겠다. 엉터리 레지나식의 경쾌한 몸짓으로. 같이 폭풍 속에서 춤추자고 청해야겠다. 마음을 다해 두 손 잡아 이끌며.

  “Shall we dance? ♩♩♩

   저와 춤추시겠어요? ♬♪

   숨어 있는 행복의 멜로디에 맞추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이상 엉터리 자뻑공주 레지나의 주제넘지만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2011년 11월 31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