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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보다 11살 젊어진 한국 유방암 어쩌나

김레지나 2011. 10. 15. 20:47

서구보다 11살 젊어진 한국 유방암 어쩌나

[최은미기자의 헬스&웰빙]유방암

머니투데이 | 최은미 기자 | 입력 2011.10.15 12:01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대전




[머니투데이 최은미기자][[최은미기자의 헬스 & 웰빙]유방암]

유방암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세계 여성암 발병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에만 전세계에서 138만 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유방암 공포는 북미나 유럽 등 빨리 성숙하고 기름진 식습관을 지닌 서구 지역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여성 유방암의 발병률이 심상치 않다.

◆국내 유방암 얼마나 늘었나=전남 광주에 사는 강모씨(47세)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무료 검진을 통해 유방암 의심 소견을 발견했다. 급히 병원을 찾아 확진 받은 결과, 유방암 0기에 해당하는 상피내암이었다. 아무런 이상 증상도 없었던 상황이고, 가족력도 없었다.

얼마 전에는 이웃 여성이 유방암으로 사망했고, 같은 친목 모임에서도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가 있다. 일찍 발견해 완치됐지만 조기검진이 아니었다면 '큰일'을 당할 뻔 했다.

강씨의 경우처럼 국내에서도 주변에서 유방암 환자를 만나는 게 흔해지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최근 발표한 유방암 발병률 추이를 보면 지난 1996년 3801명에서 2008년에는 1만3859명으로 13년만에 3.65배가 됐다. 발생률 역시 인구 10만명당 57.3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매년 평균 7%씩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최근 2년 간 나타난 유방암 발병률은 더욱 심각하다. 2006년에 연간 유방암 환자 수가 1만명(1만1275명)을 돌파한 이후 2008년에는 1만3859명이 발생해 최근 2년 사이에만 23%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앙암등록사업부에 따르면, 일생 동안 우리나라 여성 25명 중 1명에서 유방암이 발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 증가율을 보면 조만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침없이 성장하는 국내 유방암 발병률은 이미 유방암 대란을 겪었던 북미나 유럽 등 상위 유방암 발생국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이 국가들에서는 지난 7년간(2002~2008) 유방암 발생 증가율이 감소하거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기간 발생 증가율 91%로 OECD 국가 중 1위로 조사됐다. 2위인 일본과는 60%나 차이가 있을 정도로 격차가 컸다.

◆젊어지는 유방암 환자=은평구에 사는 김모씨(36)는 유방암 환자다. 2개월 전 직장인 건강검진을 통해 이상 소견이 발견됐고,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결혼 한 지 1년이 채 안됐으며, 2세 계획을 세웠던 상황이다. 유방암 환자임을 확인하던 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침통한 표정의 의사 앞에서 헛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현재 항암 치료 중인 그녀는 "아이를 못 갖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유방암 발병률이 19세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30대와 40대 발병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년 간 각각 2배씩 늘었다. 유방암은 젊을수록 불리하다. 젊다고 방심하다가 조기발견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진행이 빨라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인 만큼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큰 제약을 받게 된다.

김씨와 같은 30~40대 젊은 여성은 국내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40대 이하 여성의 발병률이 약 56%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유방암 환자의 90~95%가 40대 이상 여성인 것과 대조적이다.

박찬흔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은 "미국의 경우 유방암 환자 평균연령이 61세이지만 우리나라는 49.8세로 11년 이상 젊다"며 "조기발견에 실패할수록, 젊을수록 예후가 나쁘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만큼 조기검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찍 발견하는 게 급선무=유방암을 유발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큼 정기적인 검진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유방암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검진을 통해 유방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지난 13년간 5배나 상승했다.

발견 병기도 0기나 1기가 늘고 있다. 0기와 1기를 포함한 조기유방암 환자가 47.2%로 지난 13년 동안 약 2배 가량 상승했다. 유방암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게다가 일찍 발견하면 유방조직을 보존하는 유방보존술이 가능해 여성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0대 초반에는 매월 자가검진을, 30대 후반에는 자가검진과 2년 마다 임상검진을, 40대 이후부터는 1~2년에 한번씩 임상 진찰과 유방 촬영술을 받도록 권고했다.

박찬흔 이사장은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는 물론 유방보존술의 가능성이 높아 생명과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며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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