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반영억 신부님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나를 따라라.

김레지나 2011. 7. 2. 18:51

연중13주간 월요일(마태8,18-22)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나를 따라라.”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영적 목마름으로 따르는 이도 있고, 기적을 보고 호기심에 따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추종하는 이도 있고, 기득권에 염증을 느낀 이들도 따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이를 받아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놀랍게도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합니다. 그는 종교 지도자며 당대의 지식인입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현실의 편안함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입니다. 율법 학자가 망설였나 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현실 도피나 세상의 편안함을 위해서라면 따르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장례’까지도 포기할 것을 명하십니다. 물론 가르침을 위한 비유의 말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장례’는 자녀의 의무입니다. 모든 일을 중지하고 우선적으로 치러야 하는 사건입니다. 그러한 일마저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당신을 따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요구

  -반영억신부-

해외선교후원회원모집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계신 홍 가브리엘신부는 ‘영양실조’라는 진단을 받고도 흔들림이 없는 믿음으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성과 사랑으로 고아원과 무료 초등학교를 설립하고 막 기초를 다지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곳을 선호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진대 그는 더 힘들고 어려운 곳의 버려진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아들이 한국 땅에 머무는 것인데도 개의치 않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머물고자 합니다. 어머니는 불현 듯 말씀하십니다. “내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깜박깜박한다....신부를 아직도 아들로 생각할 때가 있다....”

 

성경에 보면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히브11,8) 그렇듯이 홍 신부는 교구장의 명을 통해 주어진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열매가 풍성히 맺어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이는 어느 곳에 안주하지 않고 방랑자의 생활을 하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주님께서는 말씀의 선포자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시고 온 세상에 구원을 선포하셔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교사나 복음을 증거 하는 사람은 어디에 정착하지 않고 기초를 놓고 떠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 신부는 자기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 중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습니다. 자녀 된 도리를 하겠다는 요청입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대답을 듣게 됩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인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그렇다면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주님을 따르는 것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녀로서의 의무보다도 시급하고 중한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게 될 때 주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고 주님께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도 참되게 알게 됩니다. 인간적인 생각에 앞서 주님의 뜻을 차지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어떤 제자가 물렀습니다. ‘들었으면 곧장 해야 합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 곧장 하다니?’ 다른 제자가 물었습니다. ‘들었으면 곧장 해야 합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하였습니다. ‘들었으면 곧장 해야지!’ 그러자 다른 제자가 같은 질문에 달리 대답하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스승은 말했습니다. ‘하나는 물러서는 사람이라서 나가게 했고, 하나는 나서는 사람이라서 물러서게 하였다.’

 

참된 스승은 제자의 모두를 알고 있기에 상대에게 눈높이를 맞춰줍니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신 주님께서 “나를 따라라.” 하시면 두 말없이 그리고 지체 없이 따라야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