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영진 신부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사랑을 깨닫는 다면 - 송영진 신부님

김레지나 2011. 4. 3. 13:00

<사순 제3주간 금요일>(2011. 4. 1. 금)(마르코 12,28ㄱㄷ-34)

 

                                    <예수님의 사랑>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입장이 난처해진 신랑을 위해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는 장면?

죄를 짓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용서하시는 장면?

수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고 죽은 이를 살려내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장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장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에 죄인들을 용서하시는 장면?

제자들을 위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신 장면?

아니면, 정반대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혹독하게 비판하시는 말씀?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채찍으로 쫓아내시는 장면?

그 모든 장면과 말씀들이 전부 다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은

바로 눈물을 흘리시는 장면으로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요한 11,35).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시면서 우셨습니다(루카 19,41).

예수님의 눈물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타까움, 슬픔, 안쓰러움, 가엾음, 측은함 등을 모두 포함하는 슬픈 사랑...

예수님의 눈물은 마치 가득 고인 사랑의 샘물이 넘쳐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에 어린 아이가

생일 선물이나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때에만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철이 덜 든 자식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철없던 자녀들이

자기 때문에 부모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부모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바로 그때가 철이 들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신앙생활도 그런 것입니다.

무슨 은총과 복을 받고 좋아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낀다면

아직 철이 덜든, 초보적인 단계의 신앙입니다.

그러다가 회개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실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그래서 스스로 회개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그때부터가 신앙의 철이 들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성체조배를 하다가 눈물을 흘려 보신 적이 있습니까?

성가를 부르다가, 미사 참례를 하다가, 어떤 기도를 하다가,

자기 설움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면서 눈물을 흘려 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랑'을 주제로 강론글을 쓰거나 묵상글을 쓸 때마다,

또는 강론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아무리 그럴듯하게 설명을 해도 늘 말장난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강론을 들을 때에도 말장난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사람이 없고,

하느님에 대해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고 체험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부모들, 특히 엄마들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특별히 무슨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녀를 바라볼 때 느끼는 애틋한 감정, 뭔가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이

진짜 사랑에 가장 근접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직접 낳고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흔히 하는 말,

너도 나중에 부모가 되어봐라, 그러면 지금의 내 심정을 알 것이다, 라는 말...

그런데 정말로 부모가 되어보기 전에는

부모의 사랑을 잘 모르는 것이 자녀들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직접 예수님이 되어볼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깊이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지금의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다고 생각해야 회개가 시작되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누구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