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때, 본당 신부님은 지금은 은퇴하신 조신부님이셨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힘 있는 강론말씀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조신부님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나 봅니다.
성당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십 미터의 언덕길을 지나야했습니다.
그 길 양쪽으로는 급경사진 내리막길이고, 고랑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성당정문쯤에 들어섰을 때
조신부님께서 화가 나셔서 경사진 풀밭을 내려간 아이를 부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번 신부님의 주의를 무시하고 위험하게 장난을 쳤던 모양이었습니다.
아이가 신부님께 가자 신부님은 갑자기 그 아이의 뺨을 때리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재빨리 주위에 누가 없는지 둘러보았습니다.
신부님을 정말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다른 누가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신부님을 좋아하는 제 마음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다름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장면이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신부님이 욕먹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 장면을 본 사람은 저 말고는 없었습니다.
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가 본 장면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신부님이 무안해 하실까봐 저도 얼른 몸을 숨겼습니다.
그만큼 조신부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날의 제 태도가 신부님을 바르게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제도 부족한 인간이기에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실 수 없고,
모든 일을 우리 입맛에 맞게 해내실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사제에게 거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더 커지겠지만
그분의 잘못에 대해 불평하고 싶고, 비난하고 싶어질 때,
우리의 교만을 먼저 성찰해보고
우리의 부족함을 겸손되이 돌아보고
우리의 사랑이 깊지 않고 바르지 않음을 탓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더 높은 성덕을 쌓으시기를 기도로 응원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콜로 3,12-13)
2011년 1월 19일 엉터리 레지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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