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하기 위해 물리쳐야 할 것들 (2)
(2)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기도하고 나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사실 가슴 속의 근심 걱정을 털어내는 데는 끝이 없다.
아무리 털어내도 끝이 없다.
그리고 근심 걱정을 털어내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일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근심에서 벗어나려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걱정하는 신자들에게 마음에 걱정거리 대신
담아두어야 할 유용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칭송 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필리 4,6.8)
마음에 무엇을 담아두었는지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진다.
같은 장독이라 해도 그 장독에 간장을 담으면 간장독이 되고, 김치를 담으면 김장독이 되듯이 같은 마음에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 마음 안에 걱정거리 대신 참된 것, 고귀한 것,
의로운 것들을 담을 것을 권고한다.
걱정이 자리잡고 있는 마음에 긍정적인 것들을 넣음으로써 걱정을 밀어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더 좋은 것에다 시선을 두라는 것이다.
걱정 거리에서 시선을 돌려 긍정적인 것으로 옮기면 걱정은 그 힘을 잃는다.
긍정적인 것으로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보다는 그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가
하느님 현존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관건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바라보면 열린 시야로 선택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닫힌 시야로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시선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무의식적 방향키다.
시련과 어려움의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평소 어떤 시선으로 사건과 사물을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인생의 날수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그 깊이와 넓이는 결정할 수 있다.
얼굴 모습 역시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얼굴 표정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덮쳐오는 외적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철저히 우리 몫이란 뜻이다.
'우리 몫'이란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과 나의 몫이란 뜻이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주님의 도움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든 적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별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1-13)
라고 했다.
바오로 사도가 힘든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힘을 주시는 주님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신자 백 명을 대상으로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라는 질문을 하자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두번째는 "마지못해 살아간다",
세번째는 "죽지 못해 살아간다"였다고 한다.
'그럭저럭', '마지못해', '죽지못해' 살아가니 주일날 어둡고 우울한 모습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앞의 현실을 보면 그런 대답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IMF 이후 계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정년 퇴직은 점점 짧아지면서 한창 일할 40, 50대 장년들이
산과 공원마다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기쁜 소식을 듣고 구원 약속을 얻은 신자들이 아닌가?
주님은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필리 4,4.6)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1테살 5,16-18)
바오로 사도는 어떤 이유로 그리스도인들에게 늘 기뻐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가?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표지요 구원받은 자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쁨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은 어딘가 구멍이 뚫려 있어
기쁨이 새고 있다는 말이다.
기쁨과 즐거움은 다르다.
즐거움은 가변적이고 일시적이지만 기쁨은 항구하며 영속적이다.
즐거움은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지만 기쁨은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한테서 비롯된다.
우리는 자주 주변 환경에 따라 즐거웠다가 우울했다가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감정이 널뛰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주님께 그 바탕을 두기에 기복이 없다.
기쁨은 주님이 지금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기에
항구하고 영속적이다.
그러므로 기쁨은 신앙 문제라 할 수 있다.
(3) 앞에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 곧 하느님께 걱정거리를 갖고 나아가 기도하고 걱정하는 대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해도 약한 인간인 우리는 여간해서 근심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근심이 밀려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마음에서 내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자매가 질병을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저 병에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하자.
일단 근심에 사로잡히면 그 속성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법,
인생 최대의 비극이 시작된다.
'난 아직 젊은데 어떻게 저런 병에 걸릴 수 있을까?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죽으면 남편은 나를 생각하며 혼자 살까? 아냐, 아이들 핑계로 재혼할 거야. 다 필요없어. 죽는 사람만 억우란 거지.'
이런 식으로 별별 상상을 다하다가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근심에 근심이 꼬리를 물고 밀려올 때는 곧바로 그 연쇄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내가 지금 뭘하는 거지? 나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하면서
즉시 근심거리를 마음에서 내보내야 한다.
근심거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 것은 내적 기쁨을 누리는 한 방법이다.
근심거리는 인간 조건에 대한 객관적 수용과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내보낸다.
인간조건에 대한 객관적 수용은 근심거리 하나가 살짝 다가와 내 마음을 차지하려 하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들이 있지. 나라고 예외겠는가. 나중에라도 겪게 될 때 온유하게 받아들여야지.' 하면서 내보내는 것이다.
또 이러한 근심거리로 인해 맞게 될 최악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거듭 질문하면서
근심거리를 마음에서 내보내는 것이다.
미국 작가 코라 해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용감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은
스스로 용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하물며 공중에 나는 새와 들의 백합화도 저렇게 잘 돌보아 주시는 하늘 아빠께서
하물며 당신 자녀인 나를 더 성심성의껏 돌보아 주시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마음속의 근심거리를 내보내는 것이다.
근심거리를 마음에서 내보내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에 익히게 될 것이고, 좋은 습관이 된 만큼 마음은 평안 할 것이다.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다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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