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봉모 신부님

[스크랩] 그분과 함께 하기 위해 붙들어야 할 것들 (3)

김레지나 2011. 1. 12. 23:12

그분과 함께 하기 위해 붙들어야 할 것들 (3)

 

주님이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시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분명하다.

주님은 우리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우리와 인격적인 친교를 맺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창세 1,26)라고 하셨다.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당신의 동반자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협력자가 아니라 동반자다.

여기서 동반자는 구체적으로 신부(新婦)를 가리킨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신부로 창조하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신부인 우리와 일치하는 것이다.

 

바쁠수록 성당이나 골방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 5백년 전 인물인 토마스 모어 성인은 영국의 국무총리 겸 대법관으로 봉직할 때 그 바쁜 국정 업무에도 매일 미사에 참례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그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사제도 아닌 평신도에 지나지 않는데, 게다가 국무총리 겸 대법관이란 막중한 중책을 맡은 공인으로서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가?

 

그러한 비판은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당시 신자들은 매일 미사와 주일 미사에 제대로 참례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 미사만은 꼭 참례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비판과 수군거림에 대해 토머스 모어는 이런 말을 했다.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기 위해 제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주님과 함께라면 정리하기가 쉽습니다.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하느님을 거스르게 될 유혹의 기회가 많은데 매일 미사성제에서 힘을 얻어 그러한 기회를 멀리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빛과 지혜가 필요한데 매일 영성체를 통해 저에게 오신 주님께 그 문제를 말씀드리고 함께 의논할 수 있습니다."

 

토머스 모어 성인이 최고위직을 수행하면서도 주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미사성제로 예수님과 일치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세상 한복판에서 주님과 함께하려면 기도-활동-기도-활동의 고리가 순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마르타의 바쁜 삶에서도 마리아의 관상적 삶을 살 수 있다.

활동후엔 고독의 자리로 돌아와 주님께 기도하면서 조금 전에 했던 활동을 반성한다.

활동에서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모으고,

성과에 치중하면서 갖게 된 욕심이나 인간관계의 갈등을 분별. 반성한다.

그리고 이 분별을 바탕으로 다시 주님과 함께 세상에 나가 활동한다.

마치 대나무가 반듯하게 자라기 위해서 줄기 중간중간을 끊어 맥을 잇듯이

활동 후에는 반드시 기도로 영적인 맥을 이어줄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기도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나아가 기도는 하느님의 힘을 받는 자리다.

세상에서 하는 우리의 봉사는 우리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 사도는 "봉사하는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봉사해야 합니다."(1베드 4,11)

라고 했다.

만일 우리가 기도에서 하느님의 힘을 받지 못하고 우리 힘만으로 활동하려 한다면

그 힘은 금방 소진될 것이다.

 

다음은 마더 데레사가 동료 수녀님들에게 한 말이다.

"만일 우리가 일을 멈추고 기도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할 일은 언제나 여기에 있겠지만

우리 자신은 여기에 남아 있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골방이나 성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한여름 들판에서 풀을 베는 농부를 보라.

해가 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베어도 다 끝낼 수 없을 만큼 풀이 들판에 가득하다.

그런데 농부는 풀을 베다 말고 일손을 멈춘다.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숫돌에 낫을 갈기위해서다.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저 사람은 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 쉬지 않고 낫질을 해도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치기 어려울 텐데."

 

하지만 농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무디어진 낫을 갈고 있다.

그가 예리하게 벼린 낫을 재게 움직이면 풀들은 줄지어 쌓일 것이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멈추어 기도하는 것은 무딘 낫을 예리하게 가는 것과 같다.

 

마더 데레사와 사랑의 선교회 수녀님들은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성체조배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성체조배를 매일 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한 시간씩 성체조배를 하기로 한 것은 할일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은 늘어났다. 수녀회가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도시간을 늘린 것은 수녀님들이 바빠지면서 지치고 마음이 메말라 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봉사하는 이유는 순전히 주님을 사랑해서였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주님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바쁠수록 기도시간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성인들의 정신을 살려 사랑의 선교회 수녀님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하던 성체조배를 매일 한 시간으로 늘린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매일같이 한 시간씩 성체조배를 하면서 주님을 향한 수녀님들의 사랑뿐 아니라

자매들과 불쌍한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사랑의 선교회를 지원하는 성소자들의 수효가

배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주님을 위해 열심히 수고하면서도 마르타처럼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세상 한복판에서 주님과 함께한다고 하면서도 영적 파탄 상태에 있는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 나는 지속적으로 기도 자리를 마련하는가?

♥ 충실히 개인 기도를 드리는가?

♥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모시는가?

♥ 성경 말씀을 꾸준히 읽고 묵상하는가?

♥ 하루 삶의 중간과 끝에 양심성찰을 하는가?

♥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을 꾸준히 읽는가?

♥ 강론 테이프나 성경 강의 테이프를 꾸준히 듣는가?

 

유감스럽게도 신앙과 관련된 책들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

스포츠 신문이나 대중소설 또는 이런 저런 잡지는 읽지만

성인전이나 신앙생활의 성찰을 담은 책은 멀리하면서도 영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최근에 그리스도교 서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자인 우리가 영적 독서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신자 재교육이 공동체 차원에서 지속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우리 스스로 부지런히 신앙서적을 사서 읽으면서

자신의 신앙을 재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출처 : 퍼렁별나라공쥬님의 블로그
글쓴이 : 찬미예수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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