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메모를 남긴다.
요즈음 내 사는 곳, 직장, 하는 일이 크게 바뀌어
이사에, 애들 전학처리에, 맘에 들지 않는 새일터에, 엄청난 새업무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10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도 무척 힘들었다.
신기하게도 크고 작은 일들이 시간차없이 척척 원하는대로 진행되어
'하는 일마다 잘 되도록'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시는 게 분명하다 싶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라서 앞으로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내가 짊어져야 할 일들을 헤아려보니, 버겁게만 느껴졌다.
오늘 오후는 몇 주 만에 처음으로 혼자 집에 남아 쉴 수 있었다.
요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씩씩하게 헤죽거리며 웃고 지냈었는데,
긴장이 잠시 풀려서인지 갑자기 설움이 솟구쳤다.
"아빠 하느님, 아빠!! 아빠!...." 연이어 아빠를 부르며 아이처럼 울었다.
하느님께 힘들다고 투정도 하고 싶었고, 보고싶다 떼써서 위로받고 싶었다.
거의 한달동안 넘 바빠서 못한 일들이 많다.
낯선 곳에서 길찾아다니느라고 네비게이션에 집중해야해서,
평소 운전 중에 듣던 차동엽신부님의 신나는 복음묵상 테잎을 한 달째 듣지 못했다.
전삼용 신부님과 양승국신부님의 복음묵상을 읽은지도 꽤 되었다.
잠시 여유가 있으니 문득 말씀이 그리워져서,
급한 일들을 모두 제쳐두고, 신부님들의 묵상을 바삐 읽어보았다.
역시 말씀은 나를 위로하고 내게 힘을 주는 최고의 명약이다.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동생동네 성당의 미사에 참례했다.(아직은 이사하기 전이라서..)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네.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저는 산 이들의 땅에서 주님의 어지심을 보리라 믿나이다.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
오늘의 화답송이 위로받은 내 마음을 나타내주는 듯 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 대한 강론을 들었는데, 내겐 새로운 묵상이어서 흥미로웠다.
신부님께서 "삼위일체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인성을 취하신 이유는
우리의 인성을 당신의 신성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하셨다.
성부 하느님께서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고 하신 대목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증명해주는 여러 성경구절들 중 하나라고 하셨다.
모세나 엘리야같은 예언자들과는 직접 계약을 맺으셨지만, 예수님과는 계약을 맺지 않으시고 백성들과 맺으셨고,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에게는 직접 명령하셨지만,
예수님께는 명령하지 않으시며, 다만 사람들에게 "그의 말을 들어라."고 명령하셨으니,
예수님은 예언자 중 한 분이 아니고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라는 것이다. (포도주의 기적에서 성모님께서 하신 말씀과도 일치한단다.)
성경에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이야기보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장면이 더 자주 나오기에,
성부께서 명령하신 "예수님의 말을 듣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도'라고도 하셨다.
그렇다.
말씀을 듣는 것도 기도인데,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지쳐있어도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말씀 듣는 시간을 절약?해버리면 안되는 거였다.
미사시간 내내,
오늘에야 처음으로 말씀의 아름다움과 맛을 깨달은 사람처럼
마음 깊이 환호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구원을 본 사람은 시메온처럼 '죽어도 여한이 없다'할만큼 기뻐해야 한다.
오늘 나는 말씀을 듣고서 '작은 구원'을 체험했으니, 기쁘다. 참 좋다.
"밀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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