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신앙 자료

천주 반드시 착한 이를 상 주시고

김레지나 2010. 1. 24. 12:17

<주교요지> 상편 28. 천주 반드시 착한 이를 상 주시고, 악한 이를 벌하시니라.

 

  • 백과

    주교요지 (종교용어)   전문용어대역사전
    主敎要旨 . 정약종이 저술한 조선 천주교 최초의 교리서


 천주 지극히 밝으시고 지극히 능하시고, 지극히 어지시고, 지극히 엄하시고, 지극히 공번되시니1), 반드시 사람의 착한 것을 상주시고 악한 것을 벌하실지라.  지극히 밝으신 고로, 사람의 착함과 악함을 알으실 것이요, 지극히 능하신 고로 상벌을 임으로 하실 권이 계실 것이요, 지극히 어지신 고로 착한 이를 사랑하시어 상 주실 것이요, 지극히 엄하신 고로, 악한 이를 미워하시고 벌하실 것이요, 지극히 공번되신 고로 상과 벌을 반드시 고르게 하실지라. 이러하므로, 세상을 배치한 후에 착한 사람이 하나도 천주께 상을 받지 아니할 이 없고 몹쓸 사람이 하나도 천주께 벌을 받지 아니 할 이 없나니라. 한 사람이 묻되,

 “그러하면 어찌하여 이 세상에서 착한 자도 빈궁한 이 많고, 악한 자도 부귀한 이 많으냐?”

 대답하되,

 “세상의 화복으로 사람의 선악을 갚을 길이 없으니, 사람이 세상에 있으매 처음은 착하다가 나중에 그른 사람이 있고, 처음은 그르다가 나중에 착한 이도 있으니, 죽은 후에야 착한 이 다시 그르지 못하고, 그른 이 다시 착하지 못한지라. 만일 이 세상에서 사람의 선악을 갚으려 하면 사람이 오늘 착한 일을 한다 하여 부귀를 주었다가 내일 그른 일을 한다 하여 부귀를 빼앗고, 그 후에 다시 착하거든 부귀를 다시 줄 양이면 한 사람의 부귀를 천 백 번이나 주었다가 천 백 번이나 빼앗을 것이니, 천주의 상벌하시는 법이 어찌 이렇듯이 어지러우시리오? 또, 사람이 죄를 짓다가도 그 후에 다시 고치는 일이 있으니, 만일 죄를 짓는다 하여 큰 벌을 주어 죽게 하면 죄를 다시 고칠 길이 없을 것이니, 천주의 어지신 뜻이 어찌 그러하시리오? 사람의 선악이 생전에 결단이 없는 고로 천주 상벌을 당하지 아니하시고, 또 세상의 복은 수가 한정이 있고 착한 사람은 수가 정한 것이 없으니, 비컨대 한 나라 정승의 수는 셋이요, 정승 하염직한 이는 수가 열이나 되면 어찌 정승 세 자리를 가지고 착한 열 사람을 다 같이 정승을 시키리오? 한 고을에 재물이 만금이 있고, 만금 가짐직한 사람은 둘이나 셋이나 되면 어찌 만금을 가지고 두세 사람을 만금씩 같이 나누어 주리오? 그런즉 이 사람을 존귀케 하면, 반드시  저 사람이 천할 것이요, 이 사람을 가음열게2) 하면 반드시 저 사람이 가난할 것이니, 세상 부귀로는 모든 착한 사람을 다 갚아 고르게 할 길이 없고, 또 죄악의 크고 작음을 따라 형벌을 중히 하고 경하게 할지라. 세상에 죄악은 무한하고 형벌은 유한하니, 한 사람 죽인 죄는 제 몸 하나를 죽이거니와, 두 사람 죽인 죄와 백 사람 죽인 죄는 어찌 그 한 몸을 둘로 나누고 백으로 나누어 죽이리오? 그런고로, 세상에 상과 벌로는 사람의 선악을 갚을 길이 없나니라.

 무릇 이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어찌 빈천 고난을 받으며, 몹쓸 놈이 어찌 부귀 복락을 받는고?

 착한 사람도 한두 가지 그른 일이 있는 고로 천주 지극히 공번되시어, 한 가지 그른 일도 벌하지 아니 하심이 없기에, 세상에 작은 괴로움으로 그 작은 죄를 속(贖)하시고, 죽은 후에는 큰 복락으로 큰 공덕을 갚으시며, 몹쓸 놈도 한두 가지 착한 일이 있는 고로, 천주 지극히 어지시어 한 가지 착한 일도 갚지 아니하심이 없기에, 세상의 작은 복락으로 그 작은 공을 갚으시고 죽은 후에는 큰 형벌로 큰 죄악을 다스리시나니, 이 세상에 착한 이도 혹 괴로움을 만나고 몹쓸 놈도 혹 즐거움을 얻음은 그 죽은 후를 기다려 상과 벌을 결단하시려 하심이니라.“


1) 공변(公辨)되다가 변한 말로, 지극히 공평하고 정당하여 치우침이 없는 것 <옛말>.

2) ‘풍성하게, 부유하게’의 옛말.


(주교요지, 성황석두루가서원, p3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