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신앙 자료

사제직의 정점 ''성찬례''

김레지나 2010. 5. 1. 17:25

사제직의 정점 ''성찬례''

신학과사상학회 제5차 학술심포지엄

 ▨트렌토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따른 사제직의 이해 :  
손희송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트렌토공의회, 종교개혁자들 부정한 '성사적 측면' 강조
사제 직무의 핵심인 성찬례, 교회 쇄신과 성화의 원동력


    트렌토공의회는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야기된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해 개최됐다. 종교 개혁의 시발점이 된 마르틴 루터(1483~1546)는 교회의 폐해 원인을 인간의 도덕적 결함보다 참된 복음의 왜곡에 뒀다.

 루터의 신학적 비판은 기존 가톨릭교회 교리와 교회 체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종교 개혁자들은 '오직 성경'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세례와 성만찬만을 성사로 인정했다. 그는 성품성사와 나머지 다섯 가지는 '교부들이 도입한 경건한 관습일 뿐 그리스도가 제정한 성사는 아니다'고 주장한다.


 성품성사의 부정은 직무 사제직의 부정으로 이어진다. 종교 개혁자들은 유일한 그리스도의 사제직만이 존재하고 세례 받은 신자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해 영적 사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트렌토공의회는 종교 개혁자들이 부정한, 성사적 측면을 강조했다. 희생 제사의 거행과 사죄의 권한을 지닌 직무 사제직, 교회 위계 구조를 부각시켰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제직을 교회 공동체 건설과 성장에 봉사하는 직무로 이해했다. 새로운 교회 이해와 함께 세례를 통한 보편 사제직을 분명하게 인정하면서, 성품을 통한 직무 사제직은 이와 밀접한 관련 속에 있다고 가르친다.
 즉 직무 사제직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권한으로서 신자들이 자신들의 사제직을 충실하고도 완전하게 수행하도록 돕는 직책으로,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 곧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고 다스리는 임무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사제들의 세 가지 임무를 유기적인 관계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트렌토공의회와 구별된다. 하지만 사제 직무의 중심을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성찬례의 봉헌에 두었다는 점에서는 트렌토공의회와 연계선상에 있다.

 두 공의회 모두, 상황과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찬례의 거행의 권한을 사제직의 핵심으로 이해했다. 트렌토공의회는 교회 직무의 본질을 설교직으로 보려는 종교 개혁자들에 반대해 직무 사제직의 성찬례 거행 권한을 강조했다. 반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 생활 전반과 관련해 성찬례와 직무 사제직을 연결 짓는다.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정점"이며 '은총의 샘'으로서, 사제 직무의 목표이며 정점이다.


 사제 직무의 핵심인 성찬례는 교회 역사에서 교회 쇄신과 성화의 원동력이 돼왔다.

 교회 역사에서 진정한 개혁이 성찬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제의 해'가 목표로 하는 사제들의 내적 쇄신도 성찬례에 중심을 둬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성사로서의 사제의 신원과 삶 : 조현권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  

말씀 선포는 첫째 직무,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 따라야
기도 없는 사제직은 단순 기능직, 활동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하는 사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어 성부께 완전한 구원의 제사를 드리셨으며,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셨고, 성령을 통해 구세주를 낳고 기르시는 가운데 자신을 봉헌하심으로써 하느님 구원 계획에 협력하셨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원한 사제로 고백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삶과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신약의 사제직을 결정적으로 보여 주신 대사제이시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당신 생애를 통해 하느님 뜻에 순종하시며, 성령의 거처요 도구로서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긴밀히 함께하셨다. 마리아와 성령의 관계는 교회가 그분께 드리는 '성령의 신부'라는 호칭에 잘 드러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과 1994년 교황청 성직자성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을 중심으로 사제들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정립해본다.

 사제는 성품성사를 받음으로써 성령의 능력으로 성부께서 파견하신 성자와 성사적으로 결합하며,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삶과 활동을 이어간다. 사제는 삼위일체 하느님과 나누는 사랑의 대화 속에서 친숙하고 인격적으로 이 관계를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사제가 '그리스도의 성사'로서 살아가는 것의 토대는 그의 '인간성'이 돼야 한다. 성품성사를 받음으로써 자신에게 없던 그리스도성을 획득해 그리스도의 성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보여 주는 '성사로서의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사제들의 첫째 직무이다. 사제직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유일한 희생 제사를 현존시키는 성체성사이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과 모든 복음화의 원천이요, 정점으로서 사제직의 출발이고 수단이며 목표가 된다.

 사제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오신'(마태 20,28)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살아아 한다. 또한 교황과 주교단 특히 서품식 때 '각별한 존경과 순명'을 바칠 것을 서약했던 자신의 교구장 주교와 친교를 이루지 않는 사제직이란 있을 수 없다.

 기도가 없는 사제직은 단순한 기능직에 불과하다. 사목 활동의 요구가 많아지더라도 외적 활동이나 성과주의에 빠지지 말고, 기도하시는 그분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청빈과 기도와 함께 독신의 삶을 보여주셨다. 독신으로 삶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위해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신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리=이지혜 기자  



 
▲ 트렌토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찬례의 거행의 권한을 사제직의 핵심으로 이해했다.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소속 사제들이 사제성화의 날 수리산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