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신앙 자료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란? - 곽승룡 신부님

김레지나 2010. 6. 12. 10:13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란?

 

 

 

자기쇄신

 

필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폐막 45주년을 맞아 공의회 문헌이라는 깊고도 넓은 바다에서 “배에 가득 찰” 물고기를 낚아 올려 독자들에게 그 맛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다면 한 마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은 어떤 것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자기쇄신”과 “세상에 적응”이다. 사실 그 이전의 교회는 자신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외치곤 하였다. 그런데 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변화는 ‘자신부터 출발할 때 가능하다’는 깊고 넓은 성령 안의 복음적 통찰에 의해 시작됐다. 이렇듯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혁신’을 두고 모든 노력을 기울인 사건인데, 이를 위해서 먼저 변화된 교회 공동체가 ‘세상을 향해 활짝 연다’는 기초 위에, 교회의 완전하고 투명한 양심과 구조가 건설될 수 있다는 고백이다.

 

1962년 10월 12일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열린 공의회, 그것을 계승한 교황 바오로 6세는 두 번째 회기 시작 연설에서 “이 공의회의 주요목적은 첫째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인식변화, 둘째 투명한 교회건설, 셋째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하나로 재구성하는 친교공동체 건설 넷째 현대 세상과 함께 대화하는 교회”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어는 ‘자기쇄신’, ‘투명한 양심의 교회건설’, ‘그리스도인들의 친교’, ‘세상과의 대화’이다. 카스퍼 추기경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개혁의 중심 대상은 바로 교회자체이며, 이를 위해 교회의 본질, 교회 일치와 구조 등을 재발견하여 교회와 현대 사회와의 관계를 긴밀히 해야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 교회란 무엇이고 그 목적은 어떤 것인가?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세상에 전파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교회의 목적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밝히고 있는바 ‘오늘날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의미와 ‘그분을 선포한다’는 뜻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와 세상 사이에는 서로 멀어져 있는 긴박감이 존재한다. 교회는 바로 이 긴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긴박감은 신자다운 신자로 생활하는 정체성과도 긴밀하게 나타난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그리스도교 신자는 세례를 받은 자로서 교회의 사목자에게 순종하는 사람으로 불리었으나, 이제 공의회는 그들이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그리스도의 제자, 하느님 백성이라고 선언한다. 이러한 모든 것의 정당성과 의미는 한 인간이며, 하나의 지극한 인격을 소유한 예수 그리스도에서 출발한다. 교회쇄신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개혁 없이는 여전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로 남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는 십자가 사건을 부정하면서 교회 쇄신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세상에 적응

 

이제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자! 최근 사회와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현상은 세속화다. 물질적 풍요를 드러내고 있는 현 세상과 교회의 세속화는 아름다운 세상과 거룩한 교회가 점점 신성한, 그리고 거룩한 모습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속화는 인간의 힘만 사용하는 일방적인 발전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곧 인간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생명경시로 나타나는 존엄사, 인공피임, 낙태, 배아복제, 그리고 세상파괴로 나타나는 핵문제, 환경오염 등 그 모습이 더욱 심화되어 간다. 이런 모습이 바로 구약의 바벨탑 사건의 반복인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만 하느님께 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이러한 모습과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은 무신론적 가치의 증대이다. 곧 하느님께 대해서는 권태감, 불안감, 적대감으로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는 자기쇄신을 통해 인간화, 관용, 이타주의, 동료의식,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성숙한 정신으로 세상과 대화해야 한다.

 

둘째로 세속화는 개인주의로 공동체를 무너지게 하는 것과 관련된다. 교회도 신앙의 개인 소유화를 나타난다. 개인 신심과 신앙은 물론 신앙인의 본질적 자세이다. 하지만 개인 소유의 신앙은 공동체를 함께 살아 숨 쉬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신앙은 개별적으로 믿어야 하지만 그 믿음을 모두와 함께 공동으로 고백하는 연대로 실천되어야 한다. 한국말에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뜻을 살펴볼 때,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고 좋은 사람은 ‘조화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이렇게 볼 때 신앙의 개인소유화는 ‘나 혼자 살아가는 나쁜 사람’의 뜻이 된다. 내 믿음은 모든 이들과 조화로운 실행으로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 세상을 살펴보면 개인주의 영성을 파는 상업주의가 많이 나타난다. 곧 신흥영성 및 뉴에이지 그리고 매직, 마술, 점성술들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가 철저하게 개인과 소유의 문제 곧 자아만 철저하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세상의 비신성화와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은 현대의 신학적 성찰은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사셨던 역사의 그리스도를 다시 발견하고, 친교 교회를 세상에 알리는데 그 위대한 업적이 있다. 교회의 문제는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특히 역사 안에서 인간과 함께 사셨던 아래로부터 움직이셨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교회의 모습이 조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정신은 무엇인가? 교회가 친교의 교회로 ‘쇄신’하면서 현대 세상에‘적응aggiornamento’하자는 것이다. 공의회가 지닌 주요 목적도 역시 교회의 본질과 양심의 회복, 교회의 쇄신, 하느님 백성의 일치, 현대세상과 함께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세상에 전파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교회 목적은 오늘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의미와 그분을 선포한다는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새 신자들에게 성당에 나오게 된 이유를 물어보니 신자들의 모범적인 삶을 많이 이야기한다. 신앙인이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간다는 뜻인데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의 모범을 정확하게 실천하는 자다. 교회의 정당성과 본질의 실현이란 예수 그리스도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교회다운 교회가 되려면 그리스도를 정확하게 살아가는 그리스도를 닮는 쇄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다운 교회를 세상에서 살아가자고 선언하였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늘 세상과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참으로 살아가는 노력과 쇄신으로만 가능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 역사상 제일 큰 규모의 공의회였다. 공의회가 다룬 안건도 방대하였고 교부들, 신학자, 전문가 등 3,000여명이 참여하였으며, 동방정교회, 개신교 참관인도 각각 80여 명이 넘는 등 타종교 참관인들도 많았다. 결국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등 4개 헌장을 발표하였고,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동방 가톨릭 교회들에 관한 교령,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교회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등 9개 교령을 발표하였으며, 그리스도 교육에 관한 선언,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등 3개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제 필자는 4개 헌장, 9개 교령, 3개 선언을 가능한 모두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중요성 정도를 감안하여 살펴볼 것이다. 이제 다음 호부터 공의회의 넓은 바다를 힘차게 탐험해갈 것이다.

 

 

 

곽승룡 비오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