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봉모 신부님

오병이어 - 송봉모 신부님

김레지나 2009. 2. 25. 16:40

오병이어(五餠二魚)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
   19세기 성서학자인 슈트라우스(David Friedrich Strauss)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빵 증식 기적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보다는 영적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라 보았습니다. 초대교회가 신자들에게 사랑의 기적을 알려 주기 위해서 창작한 것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음식을 갖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음식을 갖고 온 이들은 기회가 오면 무리에서 벗어나 자기 혼자 먹으려는 심산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진한 한 소년이 자기의 도시락으로 갖고 온 보리빵 다섯 개와 조그만 생선 두 마리를 예수님 앞에 내어놓았습니다. 예수님은 그것들을 무리들 앞에 들어 보이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가진 음식은 모두 이것뿐이니 이것을 가지고 나누어 먹읍시다.” 예수님의 이 모습을 보면서 군중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움직였고, 자기가 갖고 온 음식을 풀어 옆에 있는 사람과 나누어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이가 굶주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금세기 놀란(Albert Nolan) 같은 학자는 슈트라우스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여, 빵 다섯 개로 수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인 기적에서 정말로 기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기적이던 무리가 이타적인 존재로 바뀌면서 사랑과 연대감을 갖게 된 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가능한 한 이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이 정말로 빵 다섯 개를 갖고서 수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면, 그것은 자연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됩니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기에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기적 사건으로 해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학자들의 가설은 빵을 배불리 먹은 군중의 반응 앞에서 설득력을 잃어버립니다. 군중은 예수님의 놀라운 이적 능력을 목격하고는 예수께 달려들어 강제로라도 왕으로 삼으려했습니다(요한 6,15 참조). 만일 이들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실제적인 빵 증식의 기적이 없었다면, 곧 군중이 자기들이 갖고 온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사랑의 기적만 있었다면, 군중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겠다고 달려드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빵 다섯 개로 수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인 기적은 창작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있었던 사건입니다. 모든 복음서가 이 기적을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이성을 중시하는 이들 중에는 예수님의 기적이나 놀라운 사건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성서를 공부한다면 성서는 단 두 가지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성서의 앞과 뒤 곧 표지만 남을 것입니다.

●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예수회,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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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335항입니다.
 
우리말 번역본에 "of multiplication"에 해당하는 단어를 번역시에 누락하였는데,
 
고의이든 실수이든,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번역 오류에 해당하기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번역 누락이라는 생각입니다.
 
(라틴어 본)
1335 Miracula multiplicationis panum, cum Dominus benedictionem dixit, panes fregit et per Suos discipulos ad multitudinem nutriendam distribuit, superabundantiam praefigurant unius huius panis Eucharistiae Eius. 310 Signum aquae in vinum mutatae in Cana, 311 iam Horam annuntiat glorificationis Iesu. Ipsum consummationem manifestat convivii nuptiarum in Patris Regno, in quo fideles novum vinum bibent 312 sanguinem Christi effectum.
 
(이태리어 본)
1335 I miracoli della moltiplicazione dei pani, allorché il Signore pronunciò la benedizione, spezzò i pani e li distribuì per mezzo dei suoi discepoli per sfamare la folla, prefigurano la sovrabbondanza di questo unico pane che è la sua Eucaristia [Cf Mt 14,13-21; Mt 15,32-39 ]. Il segno dell'acqua trasformata in vino a Cana [Cf Gv 2,11 ] annunzia già l'Ora della glorificazione di Gesù. Manifesta il compimento del banchetto delle nozze nel Regno del Padre, dove i fedeli berranno il vino nuovo [Cf Mc 14,25 ] divenuto il Sangue di Cristo.
 
(프랑스어 본)
1335 Les miracles de la multiplication des pains, lorsque le Seigneur dit la bénédiction, rompit et distribua les pains par ses disciples pour nourrir la multitude, préfigurent la surabondance de cet unique pain de son Eucharistie (cf. Mt 14, 13-21 ; 15, 32-39). Le signe de l’eau changé en vin à Cana (cf. Jn 2, 11) annonce déjà l’Heure de la glorification de Jésus. Il manifeste l’accomplissement du repas des noces dans le Royaume du Père, où les fidèles boiront le vin nouveau (cf. Mc 14, 25) devenu le Sang du Christ.
 
(독일어 본)
 
(포르투칼어 본)
1335. Os milagres da multiplicação dos pães, quando o Senhor disse a bênção, partiu e distribuiu os pães pelos seus discípulos para alimentar a multidão, prefiguram a superabundância deste pão único da sua Eucaristia (167). O sinal da água transformada em vinho em Caná (168) já anuncia a «Hora» da glorificação de Jesus. E manifesta o cumprimento do banquete das núpcias no Reino do Pai, onde os fiéis beberão do vinho novo (169) tornado sangue de Cristo.
 
(스페인어 본)
1335 Los milagros de la multiplicación de los panes, cuando el Señor dijo la bendición, partió y distribuyó los panes por medio de sus discípulos para alimentar la multitud, prefiguran la sobreabundancia de este único pan de su Eucaristía (cf. Mt 14,13-21; 15, 32-29). El signo del agua convertida en vino en Caná (cf Jn 2,11) anuncia ya la Hora de la glorificación de Jesús. Manifiesta el cumplimiento del banquete de las bodas en el Reino del Padre, donde los fieles beberán el vino nuevo (cf Mc 14,25) convertido en Sangre de Cristo
 
(영어 본)
1335 The miracles of the multiplication of the loaves, when the Lord says the blessing, breaks and distributes the loaves through his disciples to feed the multitude, prefigure the superabundance of this unique bread of his Eucharist.156 The sign of water turned into wine at Cana already announces the Hour of Jesus' glorification. It makes manifest the fulfillment of the wedding feast in the Father's kingdom, where the faithful will drink the new wine that has become the Blood of Christ.157
 
이상, 이들에 대한 출처: http://www.vatican.va/archive/ccc/index.htm (교황청 홈페이지)
 
(우리말 본)
1335 주님께서 군중을 먹이시려고 빵을 축복하시고 떼어서 제자들을 시켜 나누어 주신 빵의 기적은, 당신 성찬의 이 유일한 빵이 말할 수 없이 풍요함을 예시한다. 167) 가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한 표징은 168)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실‘때’를 이미 예고하고 있으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피로 변한 새로운 포도주를 마시게 될 169) 하느님 나라 혼인 잔치의 실현을 나타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중앙협의회 홈페이지)
 
 
참고: 위의 여러 나라 번역본들과 우리말 본을 비교하면, 우리말 번역본에 빨간 색칠한  부분이 누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예를 들어,  " 늘림의 기적"/" 증식 기적"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빵의 기적"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것은 명백한 번역 누락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중앙협의회 유관 부서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이 번역 누락을 바로 잡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 아래의 가톨릭 대사전에 실린 "기적"이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에 의하면, 기적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1) 물리적 기적 (예: 질병의 치유)
(2) 지적(知的) 기적 (예: 예언의 경우)
(3) 윤리적 기적 (예: 바울로개종 사례) 
 
 
"빵의 기적"이란 표현에 비하여 "빵 늘림의 기적"이라는 표현은, 이 기적이 "물리적 기적", 즉 물리법칙 등의 자연법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에, 심각한 번역 누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 늘림의 기적"/" 증식 기적"(The miracles of the multiplication of the loaves)이라는 표현이 교황청 제공 문헌들에서 이 기적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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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ome.catholic.or.kr/attbox/bbs/anonymous/anonymousread.asp?gubun=300&table=gnanonymous&maingroup=1&group_id=1&sub_id=3&seq=89&id=827&user_aut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