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Sun, 21 May 2006 18:4:1 +0900 (KST), Sun, 21 May 2006 18:04:02 +0900 (KST)
Subject : 심심해요
00님
저 어제 저녁에 잠 거의 못 잤는데....기차에서도 못 자구요,'
근데 잠이 안 와요.
유미 내외는 영화 본다고 나갔구요. 남편은 친구 만나러 나갔어요.
저 혼자 집 지키고 있어요.
유미집 노트북은 엄청 불편해요. 까딱 잘 못하면 글이 날아가 버려요. 그럼 다시 써야하지요.
(중략)
아무튼 제가 수술 끝나고 기도를 잘 못했다니까요.
하느님은 제가 늘 이 일 저일, 이 사람 일 저 사람 일, 참견하고 나서는 성격을 제일 예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나를 하느님이 예뻐하실까, 참 이상하다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이예요. 참견 안 하면 편하게 지낼 일을 참견하고 힘들어하지요. 그런 적을 나열해 보라면 엄청 많아요. 제 건강 망치고, 욕도 먹기 쉽고 그렇지요.
00님도 어찌 지내실지 참견 안해도 되는데,, 기어이 참견했잖아요? 전 희귀종인 것 같아요.
세상 살기 힘들어요. 저 같은 성격으로는요.
강00씨 병실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는지 아세요? 기도하기 쑥스러운 것도 아니고, 나를 이해 못할까봐서도 아니고, 강00씨가 기침하고 가래 뱉는 거였어요. 글에는 안 썼지만....... 힘들게 가래 뱉으실 때마다 제가 자꾸 구역질을 했어요. 저 주사 맞고 비위가 엄청 약해져 있을 때잖아요. 용서의 기도문 읽어드릴 때도 구역질 했고,토할 것 같아서 제일 힘들었어요. 눈치 못 챘어야 할 텐데...그날 하루 내내 속이 불편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퇴원할 때까지 어찌 버틸까 걱정했지요. 항암치료 안 받아 본 사람은 그것 잘 몰라요. 병원 냄새, 정말이지 병원 밥 냄새는 엄청 힘들어요.
하지만 그 다음날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하느님은 저를 오래 힘들게 하지 않으세요. 기도해 줄 때도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글에는 후회했다고 썼지만. 거짓말이예요. 제 성격이 기어이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그 병실 달라고 했을 거예요.
오늘 기차에서도 차냄새가 심하게 나서 무지 힘들었어요. 역에 내리니까 음식 냄새가 꼭 병원 식당 냄새 같아서 괴로워서 혼났어요. 육체적인 고통은 생각만 한다고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울렁거리는 고통은 생각만 해도 금방 울렁거려요. 예를 들면요. 병원에서 산 물건을 보면 울렁거리고, 병원에 있었던 제 이야기를 읽어도 울렁거려요. 병원에서 주사 맞는 상상만 해도 울렁거려요.
오늘은 기차 안에서 제 글 어찌 쓸까 내내 생각하고 왔어요. 작년 말 이야기부터 쓰기로 했어요. 예전 일을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리워요. 다섯 시간 내내 이런 저런 생각했지요.
한가지 부탁이 또 있어요. 제가 제 아들들을 너무 돌보지 못하고 00 가기만 하면 글 쓰거든요. 남편이 그래요. 애들 위해서 기도 좀 하지 그러냐구요. 하느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제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가 봐요. 근데 사실은 두 녀석 다 문제가 많아요. 둘 다 틱이 있는데다가. 둘째는 알레르기 안질이어서 오랫 동안 낫지 않아요. 스테로이드계 안약을 넣으니까 걱정이 많이 돼요. 속상해요. 큰 아들 형주는 다리교정 받다가 저 때문에 중단 되었어요. .....중략).마음이 많이 아파요. 애들 숙제도 거의 못 봐줘요.
제가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제가 너무 많은 것을 하지 않고 잊고 살고 있어요. 많이 비정상이지요. 저는 애들을 별나게 챙기는 엄마였거든요. 모든 힘을 다해서요. 근데 요즘에는 저 글쓰는 것이 더 우선이 되었다구요. 미안한 생각이 많아요.
00님께서 기도해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부탁 드릴게요. 제 아들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저 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정말 고마워요. 00님도 저처럼 참견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요. 엄청 고맙구요.
제 메일 반갑다고 하셔서 아주 행복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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