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Sat, 20 May 2006 14:35:52 +0900 (KST), Sat, 20 May 2006 14:35:49 +0900 (KST)
Subject : 심심풀이 이야기
저 내일 아침 일찍 00 갑니다. .........중략)
그 때 이사 안하길 잘했어요. 00님이 백수가 되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 키키.
당분간 저는 백수 노릇을 못하고 환자 노릇을 해야 해요. 00님께도 연락 자주 못 드릴거예요. 이번에 맞는 주사는 별로 안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예수님이 맛보기로 아프게 하실 것도 같아요. 신경을 죽이기 때문에 많이 아프고 손발에 감각이 없어진다고 하네요. 그 감각이 평생 안 돌아올 수도 있대요. 무식하게 그런 약을 쓰다니, 참 한심한 처방이예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이 진통제 처방 해주신데요. 그거 아끼지 않고 먹으면 버틸 만하다고 해요.
이번에 맞는 주사는 별로 안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예수님이 맛보기로 아프게 하실 것도 같아요. 신경을 죽이기 때문에 많이 아프고 손발에 감각이 없어진다고 하네요. 그 감각이 평생 안 돌아올 수도 있대요. 무식하게 그런 약을 쓰다니, 참 한심한 처방이에요. 하지만 진통제 아끼지 않고 먹으면 버틸 만하다고 해요.
다정님 메일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피 속에 돌아다니는 암세포들이 다 죽을 것 같아요. 주사 맞을 필요도 없을 것도 같지만...계약서를 아직 못 받아서, 치료 받아야지요.
다정님이 제 글을 보고 눈물이 나셨다니 아주 특별한 반응이네요. 마음에 들어요. 저보다 잘 우시나 봐요.
저는 결혼 전에 남자들에게 항상 물어보는 게 있었어요. 연애해 봤느냐? 신문은 무엇을 읽느냐? 울어본 적이 있느냐? 책은 잘 읽느냐? 이 네 가지는 꼭 물어 봤어요. 짝사랑도 안 해봤다고 하면 점수 없구요. 울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면 점수 없어요. 근데 의외로 남자들이 안 울어봤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잘 우는 사람이 좋아요. 가슴 깊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좋아요.
남편도 제 글을 읽고 눈물이 났대요. 저랑‘종’이 같은 거지요. 율리아도 차신부님이 눈물을 참으시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글썽여요. 엄마도 사순특강 다녀오셔서 내용 전달해주시면서 우셔요. 저랑 ‘종’이 같아요.
저는 마음이 동하면 바로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유승선님 이야기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니까 9일기도해 주겠다고 덥석 약속을 했지요. 저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 줄 았았어요. 그런데 답글에 저처럼 기도해 주겠다고 한 답글은 없었고, 자기들이 위로 받았다는 내용만 적었어요. 이상하지요?
율리아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 해서 첫 월급을 탔는데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 했다가 식구들에게 욕먹었어요. 첫 월급인데 부모님 생각도 안하고 지 맘대로 했다구요. 한번은 제가 시계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냥 친구를 줬대요. 그 애가 없으니 줘야할 것 같았대요. 그래서 저한테 욕먹었어요. 저보다 한 술 더 떠요. 걔는.
제 남편은 정말로 대책이 안 서요.
정말 가슴 아픈 기억이 있어요. 재작년에 제가 가르치던 중3 학생 한명이 가족들과 같이 농약을 먹고 자살했어요. 고통스러웠을 장면을 생각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근데 그 학생 아버지를 남편이 알더라구요. 신용불량이 걸려서 대출을 못 받는데 아내가 많이 아프다면서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사정하더래요. 너무 착해 보이고 불쌍해 보여서 (중략). 겁도 없지요. 그래도 제가 정말 잘했다고 했어요. 모르는 사람 같았으면 잔소리했을 텐데.. 죽은 제자 때문에 가슴이 아파서요. 그 날 하루라도 그 사람이 웃었을 것 같아서 잘한 일이라고 했어요. 은행원은 남편에게 전혀 안 어울리는 일이예요. 그 동안 고생이 많았지요.
제 큰아들은 좀 심해요. 한번은 지 친구 한명이 다른 친구 가방에 있는 샌드위치를 실수로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었대요. 샌드위치 싸간 친구가 지 것 다 먹고서도 샌드위치 망쳐 놓았다면서 밟은 친구한테 1000원을 내 놓으라고 싸웠대요. 아들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어쩐 줄 아세요? 준비물 사라고 준 돈을 그냥 줬대요. 1000원 내놓아야할 친구가 돈이 없는 것 같고 계속 욕을 먹으니까 딱해서 그냥 줬대요. 제가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1000원 내 놓으란 놈이 나쁜 놈이니까 그런 사정 봐 줄 필요 없다구요. 그런 성격으로 세상을 어찌 살까 싶어요. 답이 안 나와요.
다정님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저희보다 훨씬 더 하실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그런 점이. 제 글 처음에 보고 기도를 간절히 해 주셨다고 했을 때도 정말 놀랐어요. 저는 아무나 그런 맘이지 못할 거라 생각해요.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한테‘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셨대요. 다정님도 막달라 마리아처럼 ‘사랑할 줄 아는 분’이세요.
그래서 제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지요. 그렇지요? 저 제대로 알고 있지요?
왜 제가 다정님을 제대로 알아보는 줄 아세요? 저랑 닮으셔서요. ㅋㅋ(결국은 제 자랑이지요? 자뻑!) 농담이구요. 제가 어떻게 다정님을 따라갑니까?
하지만 저도 다정님을 더 많이 닮아 보려고 애쓸 거예요. 그래야 제가 다정님의 맛난 심심풀이 땅콩이 되겠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 이번 메일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영악한 사람은 저예요. 저는 계산이 아주 빨라요. 행여 제 자뻑을 그대로 믿으시고 늘 그러리라 기대하실까봐 걱정 되네요. 헤헤...제 얘기는 반 털고 들으세요. ^^* (반 털어도 훌륭할 테지만요. 히히.) 그래도 재미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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