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하신 환우님들! 뭉칩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입인사 잘 안 들어가는데 저녁에 몇 개 클릭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재발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유방암이 재발률이 높은 병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분들의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납니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말문이 막혀서 답글을 달 수도 없었습니다.
재발하셔서 힘든 중에도 카페 둘러보시고, 글도 남겨 주시는 분들의 의지가 존경스럽습니다. 그 엄청난 의지와 노력으로 분명히 완치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금방 재발하게 될까봐 무섭고,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루겠습니다. 아무래도 회원님들의 단결을 호소해야 될 것 같아서 자정이 지난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외우는 몇 안 되는 시 중에 정인상이라는 신부님이 쓴 시가 있습니다.
제목 : 하느님, 나타나시오.
하느님, 나타나시오
좇같은 놈이지만 나타나시오.
대학교 때 읽을 때는 그저 신부님이 그런 시를 쓰다니, 역시 하느님은 우리로서는 알기가 힘든 분인가 보다, 얼마나 그 존재에 대해 고민했으면 그런 시를 썼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존재에 대한 고민과 세상일에 대한 원망이 함축되어 있지 않습니까? 시가 마음에 들어서 외웠습니다. 시가 짧아서 외웠다기 보다는 그냥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그 시를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환자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기쁘게 했다가 실망시켰다가 행복하게 했다가 걱정시켰다가. 아무튼 종잡을 수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고. 미울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은 우리한테 욕먹을까 봐 지금은 몸을 숨기고 계십니다. 보이지도 않고 말씀도 안하십니다. 어쩌면 겁이 많으신 분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투병 중에 힘들어서 패주고 싶어도 패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그 때는 꼼짝 없이 우리 눈에도 보이고 같은 영의 차원?이니 패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 제가 ‘00카페’ 라고 쓴 깃발을 들고 있을 테니 꼭 모여주십시오. 재발하신 분들은 쌓인 게 많을 터이니 제일 앞자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모두 하느님 집으로 쳐들어가는 겁니다. 모두 구호를 크게 외치셔야 합니다.
“우리가 당한 고통을 더 많이 보상하라. 보상하라.”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는 고통을 덜어줘라. 덜어줘라.”
그동안 고생한 거 생각해서는 “x같은 놈”이라고 신부님처럼 말하고 싶지만 우아한 우리들 입으로 할 소리도 아니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니 조심해 봅시다.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하시면서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했다고 하니 어쩌면 혼자인 하느님보다 여럿인 우리들이 더 힘이 셀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뭉치기로 결의하면 하느님도 우리들 죽은 후가 두려워지실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후환이 두려워서 이 세상에서 겪는 우리의 고통을 깎아주실 겁니다. 우리는 그걸 노리는 겁니다.
모두 복창하십시오.
“우리는 씩씩한 00회원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힘센 하느님 앞에서도 끄떡없다.”
투지에 불타는 우리들 앞에서는 하느님도 떠시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뭉칠 수 있으니까요. 오늘부터 협박기도를 다 같이 합시다. 너무 심하면 하느님이 영영 삐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직 살 날이 많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다칩니다. 그러니 살살 달래 드리기도 해야 합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기도하되 좀 공손하게도 해 봅시다.
야당성향이 많으신 분들은 협박기도를 하십시오.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우리는 뭉칩니다. 현명하게 처신하십시오.”
나머지 분들은 공손한 기도를 하십시오.
“하느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제 생각으로는 협박기도가 효과 있을 것 같지만 혹시 제 계산이 틀릴 지도 모르니 보험 드는 셈 치고 공손한 기도도 해 둡시다.
어떤 스타일의 기도이건 서로를 위해 뭉쳐야 힘이 있습니다. 성경말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 주실 것이다.”
약한 하느님이 우리가 행여 많이 뭉칠까봐서 미리 두 사람이면 족한데 많이 모일 필요 있느냐고 슬쩍 넘어가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두 사람으로는 하느님이 눈 하나 꿈쩍 안하십디다. 우리 모두 뭉쳐야합니다.
친구들이 “승리합시다”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제가 올린 맨 처음 시들에서도 썼지만 그때는 누구한테 승리하라는 건지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 하느님을 상대로 승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돌려서 우리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승리하는 겁니다. 전략을 잘 세웁시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혹시나 하느님 힘이 생각보다 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저 혼자는 선봉에 서기가 조금 무섭습니다. 저와 같이 선봉에 서 주실 분들은 신청해 주십시오. 재발한 모든 환우들을 위해서, 우리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뭉치자! 힘내자!
한분도 빠짐없이 단결하는 그날을 고대하며 레지나 올림
추신 : 믿는 신이 다르다고 망설이지 마십시오. 최소한 같은 동네에 살 것입니다. 일단 뭉쳤다 나뉩시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서로을 위해 기도한다!
수리수리 마수리 얍!
수리수리 마수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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