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신부님들 말씀

사순 제3주간 월요일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 최효경 수녀님

김레지나 2018. 3. 5. 20:03

사순 제3주간 월요일

 

화가 난 고향 사람들에게 끌려가 벼랑 끝에 내몰려진 예수님,
예수님의 그 표정을 아무리 상상해 보아도 겁먹은 모습이나 당황한 표정은 아닌 듯 하다.
그들에게 순순히 잡혀 이리저리 채이면서 끌려가신다.
벼랑 끝에서 예수님을 떨어뜨리려고 할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그들의 행위를 통해 결국
우리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해서 이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 끝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예수님은 벼랑 끝까지 올라가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혼란의 상황 속에서 마치 할 일을 마친 듯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예수님은 그들 마음 안에 미움, 시기, 질투, 어둠을 직면하게 하고 그것이 익명의 군중이 되어 어떠한 폭력으로 표출 되었는지 부끄러운 우리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만드신 것 같다.

그 벼랑 끝에서 떨쳐 던져버려야 할 것은 날 부끄럽게 만든 예수님이 아니라 내 안의 어둠이고,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리라 그것을 직면하고 내던지라고 그 벼랑 끝으로 예수님이 우리를 데리고 올라가신 것이라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사순시기를 맞이하면서
예수님께서 나를 어떤 벼랑 끝으로 데리고 가셔서 불성실한 나 자신을 직면하게 하실까...
정말 어리석은 건 그 길을 씩씩대며 올라갈 때 까지만 해도 난 정의롭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으며 때론 지지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끝에서 주님의 도우심으로 나의 어둠을 던져 버리고 나면 예수님처럼 자유롭게 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

"주님, 도와주소서. 지금 제 욕심으로  보지 못하는 참된 진리를 알아듣게 해 주시고 벼랑 끝에서 무엇을 내던져야 할지 주님 알려주소서.
그리하여  당신이 누리시는 자유 안으로 저도 함께 걸어가게 하소서."
                                                최효경 수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