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7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면

김레지나 2017. 10. 15. 18:33

저는 두 달 가까이 집에서 지내다

며칠 전에 다시 요양병원에 들어 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남은 마지막 시간 한 방울까지 다 써버리자는 각오로 집에 갔었지요.

그동안 일이 참 많았어요.

어깨 통증 때문에 가족들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카톡 메시지도 남겨보고

울 아들이 잘 안 먹는다고 다투기도 하고^^

책 교정도 힘들여 하고,

엄마 팔순도 지냈어요.

 

병원에 들어와서 며칠은 날씨가 여름처럼 덥더니만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그만 탈이 나고 말았어요.

목요일 밤부터 38.도가 넘는 고열에 몸이 부서진 듯 아리고 아픈 데다가

다리가 벌겋게 변하고 뜨끈뜨끈 열이 나더라구요.

정맥염? 혈관염? 혈전? 때문에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고열이 나는 거라면 그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패혈증 때문에 열이 나서 늘 부어 있던 다리가 터진 거라면 더 위험한 거라고 해요.

패혈증으로 급히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래요.

의사샘이 응급실 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결정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토요일이 되었어요.

금욜날 해열제를 먹고, 항생제 주사를 맞고 소염제를 먹어도 고열이 계속되더라구요.

저녁 식사 때 식당에 안 갔어야 하는데, 발목 부근이 찌르는 듯 부풀어 아픈데 운동화를 신고 잠깐 걸었더니

염증이 발바닥까지 퍼져버렸어요. 종아리 일부는 경련이 일더니 벌개졌고, 오금쟁이는 아프고, 허벅지쪽까지 멍든 듯이 아프니까

비로소 겁이 덜컥 나더라구요.

의사샘이 세균이 혈관을 따라 퍼지는 거라고 해요.??

다행히 토욜날은 열이 37도 대로 떨어졌어요. 몸살 기운이 쑤욱 빠지니까 살 것 같았어요.

고열 때문에 살짝 살짝 아득해져서 금요일 아침에 목욕탕에서 넘어졌는데, 그때 다친 허리랑 다리 때문에 불편해서 그렇지,

벌개진 다리만 아니라면 그닥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는 이가 피떡이 생겨서 그런 거면 빨리 용해제를 넣어야 한다고 겁을 주고

맥박이 124번 뛰고,, 심부전 약을 먹는데도 빨리 뛰니까, 심부정맥 혈전증 어쩌고 하는 병도 있다고 검색해주더라구요.

심폐소생술 포기 요청서를 썼던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나

외래를 주로 다니는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을 좀 했지요.

 

암튼 제가 이번에는 겁을 좀 내보기로 했어요.

신발 안 신고, 다리에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 주일 미사도 안 가고, 식당에도 안 가고^^

가져다 주는 밥 먹고 병실에서 뒹굴거리고 있어요.

다행히 다리쪽 염증은 가라앉아 가고 발 염증은 번지지는 않았고,

열은 금방 재보니, 37.4도

내일 병원 진료가 예약이 되었으니, 응급실 안 가고 버티기를 잘했다 싶어요. 헤헤.

좀 전에 엄마가 전화하셨는데,

워떠케 미사 안 간 줄 아셨는지, 미사 안 갔지? 하고 물어보셔요.

아프다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 어케 아셨는지 신기허네요.ㅎ

투병 13년 동안 미사 빠진 적이 서너 번밖에 안 될 텐데... 딱 걸렸네요.ㅎㅎ 

평소에는 느긋하게 저를 바라보시더니만,

오늘 미사 중에는 갑자기 제 생각이 솟구쳐서

울면서 기도하셨다네요.

하느님께 당신을 먼저 데려가 달라고...

 

해년마다 이맘 때쯤이면 늘 크게 아팠네요.

감기를 끼고 살던 시절에는 한달 넘게 가는 지독한 감기에 시달렸고,

음,.. 약은 집사 이야기 글 쓴 해에는 복부 쪽에 염증이 생겨서 칼로 찌르는 듯 아파서 숨을 못 쉬어서 응급실에 갔고

그 다음 해, 성모님께서 주신 영상 편지 쓴 해에는 10월 11월 고열로 만 사흘씩, 몇 차례 아팠던 것 같고,

그 다음 해, 작년에도 다리 염증이 이곳저곳에 생기고 관절이 아파서 지팡이 짚고 겨우겨우 걷다가

11월인가 글 본향을 향하여 에서 보듯 숨을 못 쉬어서 난리가 났었고,

올해도 역시나 10월에 급히 응급실에 가야 할 변통이 생긴 거지요.

그래도 병원에서 항생제랑 소염제랑 처방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어요.

이제 이만큼 가라앉았어요.^^ (붓고 못생긴 다리 사진 테러! 죄송함다.^^ 끼끼끼.)

휴~!! 감사합니다. 룰루랄라~! 아니,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