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기억할 글

뇌사 아내, 중풍 노모 돌보는 정병철씨

김레지나 2016. 9. 15. 22:25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뇌사 아내·중풍 노모 돌보는 정병철씨

건설현장 노동으로 병원비 내기도 벅차
2015. 11. 22발행 [13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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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노동으로 병원비 내기도 벅차

▲ 남편 정병철씨가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를 보고 있다.



환갑을 바라보는 정병철(안토니오, 58, 서울 도림동본당)씨는 매일 새벽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와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병원에 두고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다.

“온종일 마음이 허공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에요. 돈을 벌어야 해서 밥은 먹는데, 목이 메 넘어가질 않아요. 제가 가톨릭 신자만 아니었다면 벌써 세상을 등졌을 겁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 정씨의 아내와 어머니가 한 병원에 함께 입원해 있다. 아내는 8번의 뇌수술 후 3개월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고, 치매 증상이 있는 어머니는 중풍으로 두 팔과 다리가 마비된 상태다.

아내(박근자 데레사, 55)가 병상에 누운 건 3년 전이다.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이 발견됐다. 폐암 진단을 받기 몇 년 전, 남편 정씨는 보증을 잘못 섰다가 전 재산을 날렸는데도 아내는 화 한번 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면서, 파출부 일을 병행해 생활비를 보태던 아내였다.

폐암 수술을 받은 아내는 퇴원하자마자, 다시 파출부 일을 시작했다.

“하루는 아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세제 냄새를 맡았는데 2주간 두통을 호소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머리 검사를 했는데 폐암이 뇌로 전이돼 뇌종양이 발견됐습니다.”

8번의 뇌수술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잦은 재발로 뇌수술이 이어졌고, 박씨는 그때마다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기를 반복했다. 7번째 뇌수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집에서 잠시 혼자 있던 정씨는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결국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간신히 희망의 끈을 붙잡고 살았던 남편 정씨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내와 어머니 앞으로 청구되는 병원 진료비는 매달 200만 원에 가깝다. 여기에 대출 이자가 100만 원이 더 붙는다. 계속 대출을 받아 이자를 돌려막고 있다. 지금까지 쌓인 빚은 1억 8000여 만 원. 정씨가 건설 현장에서 버는 돈은 250만 원가량이다. 지금 사는 주택에는 큰아들과 며느리, 손주가 살고 있어 집을 처분할 수도 없다. 결혼한 아들 둘이 있지만 다 비정규직으로 각자 먹고 살기에도 벅차다.

남편 정씨는 아내가 폐암 진단을 받았던 그 힘겨웠던 날을 기억한다. 아들 며느리와 손주가 잠든 밤, 부부는 얼굴을 마주 보고 어둠 속에서 서럽게 울었다. “이 고통도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기에 믿고 맡기자”고 함께 약속한 밤이었다. 아내는 웃으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말없이 깊은 잠에 들었다.

정씨는 “홀로 집에 돌아가 방문을 열면, 출근할 때 웃어주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슬픔이 북받친다”며 “이제는 안 울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는데… ” 하며 눈물을 닦았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후견인 / 노영순(젬마) 수녀 서울 도림동본당





부부애가 참 깊은 부부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내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서로들 생각하는 사이입니다. 이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 많습니다. 도와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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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2일부터 2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2)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