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6년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최악의 일은

김레지나 2016. 5. 10. 17:40

<젊은 사제의 인생 레슨> p.130에 있는 글입니다.

“우리가 무엇이든 주님께 내어 드리면 주님은 돌려주신다. 우리가 무엇이든 주님께 바치면 주님은 백 배로 우리를 축복해 주신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은 고통을 헛되이 보내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최악의 일은 우리가 고통을 겪는 일이 아니라, 고통을 헛되이 보내버리거나 고통을 그냥 견디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성장하고 배워야 하며, 고통을 통해 주님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레지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닥 고통스럽지가 않으니, 은총 부작용이 확실합다용.

제가 진짜 고통이 뭔지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유.^^ 그래서 성인은 못 되겠어유.

희한하게 기운이 쑥쑥 나는데, 입만 살아서 고통 운운 이야기하는 것이 같은 처지의 환우들에게 영 미안한 일이네요.

 

2011년 글입니다.

 

“왜 저한테만 좋은 것 주세요?”

 

 마리아 언니는 아주 열심한 기도꾼이십니다. 언니와 하느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언니의 사랑을 느끼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10여쯤 전에 마리아 언니의 아들이 중학생일 때의 일입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을 위해 마리아 언니는 매일 새벽 5시에 집 근처 언덕에 올라가서 아들을 위해 한 시간씩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솔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기도하고 있는데, 말씀이 들렸습니다.

“육신의 병이 아니라 영혼의 병이 더 중요한데, 너는 왜 단식하지 않느냐?”

 마리아 언니는 깜짝 놀라서 그 날부터 내리 사흘을 물만 먹고 단식을 했습니다. 매 달 첫 주에 사흘씩, 일 년 넘게 단식을 하며 기도를 하던 어느 날, 언니는 아들이 여전히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속이 상할 대로 상해서 거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예수님께 항의했습니다.

“예수님, 어떤 사람은 단식기도 한 번만 해도 들어주시면서 왜 저는 일 년도 넘게 기도 했는데 안 들어주세요?”

언니의 마음속에 떠오른 답은

‘아, 내가 내 자식만을 위해서 기도했구나. 내 자식만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였구나. 내 아들보다 더 망가지고 병든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겠구나. 내 기도가 헛되지는 않고 더 급한 다른 곳에 쓰였겠구나.’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마리아 언니는 더 열심히 기도하게 되었고,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열망으로 더 열심히 영성서적을 읽었고, 하느님과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된 계기가 되어 준 아들에게 고마워하십니다.

 언니의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마리아 언니는 뜨거운 사랑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시느라고 바쁘십니다. 언니의 기도는 공을 쌓기 위한 기도나 이기적인 안위를 위한 기도보다 저만치 올라서 있습니다. 언니는 기도해야 할 일, 기도해줘야 할 사람을 ‘찾아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과 연민이 담긴 기도를 하십니다. 

   마리아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한심한 소리를 했습니다.

  “예수님도 참, 생애 처음으로 건네는 말씀이 ‘너는 왜 단식하지 않느냐?’라니, 섭섭하지 않으셨어요? ‘사랑한다.’라든가 ‘너는 내 사람이다.’라든가 뭐 그런 황홀한 말씀도 해주실 수 있잖아요? 단식하라고 명령을 하셨으면 좀 일찍 들어주시든가...곧 들어주실 것처럼 시키기까지 하셨으면서....”

  언니가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사람들이 하느님께 절대 묻지 않는 말이 뭔 줄 알아? ‘왜 저한테만 좋은 것을 주세요?’라고 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하느님한테 금방 따지잖아.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좋은 걸 주시면서 저한테는 안 주세요?’라고. 그러면서 좋은 것,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왜 자기한테만 주느냐고 묻지는 않는다는 거지.”

  저는 대꾸할 말이 사실 없었지만 고집스럽게 한 마디 했습니다.

 “하여간 예수님이 짓궂게 구실 때가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저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압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원 속에서 보면 늘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도록 섭리하신다는 것을요.

 “하느님, 당신의 생각들이 제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것들을 다 합치면 얼마나 웅장합니까?”(시편 139,17)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2베드 3,9)

 

  하느님께 우리에게만 좋은 것을 달라고 떼쓰고 싶고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것들에 대해 불평하고 싶을 때에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를 먼저 드리고 우리가 누리는 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하느님, 저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저한테만 좋은 것을 주세요? 누구누구가 이러이러한 일로 힘들어하는 줄 아시잖아요? 그들에게도 은총 베풀어주세요. 원하시면 저를 좀 더 힘들게 하셔도 좋아요. 그들을 위한 봉헌이 될 수 있다면요. 대신 바라는 게 있어요. 하느님의 생각들이 저한테 얼마나 어려운 줄 아시지요? 제가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되어 모든 이들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큰 그림을 헤아리고 감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기다려주시고 가르쳐주실 거지요? 아멘. ”

                                                                                       

                                                2011년 1월 13일 엉터리 레지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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