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는 또 잠이 안 와요.
항암 부작용으로 제일 흔한 게 불면증이지요.
12시가 지났으니, 벌써 어제 일이네요.
아침에 병원 셔틀 버스를 타고 가까운 면 소재지에서 내러서
근처 성당을 찾아가 주일 미사를 드렸어요.
아고 힘들다 하고 투덜거리면서요. ㅎㅎ
참 예쁜 성당이더라구요.
미사 후에 경치가 그만인 통유리 카페에서 전 신자 대상으로 점심을 해준대요.
맛있는 김치랑 닭개장을 먹었어요
병원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서
'간만에 맛난 밥 먹으니 기분 좋다~~'하고 성당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리다가
주차장을 지나 내려갔어요. 마침 제 바로 옆에 어떤 자매님이 있었는데,
주차장에 있던 다른 자매님이 제 옆 자매님한테
"000, 나 0요일에 00 병원 못 가는데, 대신 가줄래?"하고 부탁하는 것이어요.
병원에 무슨 일이지? 싶어서
주차장 자매님한테
00 병원에 봉성체 가셔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매 주 병원 사목 담당 신부님이 방문하셔서 미사해주세요."하는 거예요.
(의정부 교구에서만 그러신 것 같아요. 거동하기 힘든 환우들이나 어르신들은 병원에서 평일에 하는 미사참례를 하면 주일미사를 한 것으로 된다고 해요. 전에 있던 병원서 신부님을 못 오시게 했던 기억이 있어서 주차장 자매님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해져서 물어봤어요.)
신부님께서 근처 요양병원을 다 다니시면서 미사해주신대요. 벌써 4년째 되었다고 해요.
우리 병원이 개신교 재단 병원이라 깜짝 놀랐어요.
그러더니 주차장 자매님이 가까이 있는 자매님을 부르더니, 저랑 같은 병원에 있는 분이라고 소개를 해줘요.
그 환우자매님이 매일 저녁 기도 모임이 있다고 참석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저녁 기도 모임에 가서 묵주기도 드렸어요. ㅎㅎ
제가 잠을 잘 못 자고 예민한데다 낮에도 시도때도 없이 자야하기 때문에 일인실에 들어왔거덩요.
그러니 병원 환우들이랑 안 마주쳐요. 식사도 병실로 갖다 주거든요. 그게 그리 편하더라구요.ㅎㅎ
이번에는 저 혼자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겠다고, 조용히 밀린 작업 좀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셔틀 타고 성당 근처에서 내리는 사람은 저밖에 없길래, '이야기하느라 힘 안 써도 되고, 좋아 좋아 딱 좋아' 했거든요.
근데,, 또 기도 모임에 끌려가게? 된 거예요.
하고 많은 시간 중에, 주차장 자매님이 울 병원 부탁하는 말을 할 때, 제가 하필 바로 앞을 지나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삼 초만 더 빨리 지나갔거나, 삼 초만 더 늦게 지나갔어도 그 이야기를 못 들었을 텐데 말이에요.
좀 적당히 지내고 싶었는데...도망치다 붙들린 기분이어요. ㅎㅎ 끄~~응~!!
(주차장 자매님한테 작년에 있던 병원 흉을 실컷 보았네요.ㅎㅎ 새삼 열받아서리..ㅎㅎ
신부님 봉성체를 못 오시게 하는 무식한 $%^%^%^ 살다살다 별 꼴을 다보았네요.
그 병원과 같은 재단 병원이 이 근처에도 있는데, 물어보니, 거기도 신부님을 한동안 못 오게 하서 안 다니시다가
다시 다니신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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