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쯤 전이어요.
자비의 해 전대사를 받기 위해 영성체를 할 때,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특별히 아뢰어야할 것 같아서,
성찬의 전례 시간에 분심 없이 집중하려고 애를 썼어요.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저녁을 잡수시고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
신부님께서 큰 성체를 쪼개실 때였어요.
"어머, 예수님이시네. 예수님께서 지금 나에게 빵을 떼어주고 계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과 같은 식탁에 앉아서 예수님이 빵을 떼어주시는 걸 지켜보고 있는 거였어요.
수난에 앞서 제자들을 향한 사랑과 염려로 가득차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눈길과 마주한 듯 가슴이 뜨거워졌지요.
성체를 모시러 나갔는데, 제가 받은 성체가 금방 예수님께서 떼어주신 바로 그 빵이더라구요. 예수님께서 내려오셔서 방금 떼어 나눈 빵을 내 손에 올려주고 계시는 것이었어요.
'아~! 예수님이 금방 손수 떼어주신 빵!!' 하며 감사히 모시고 들어와 묵상을 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요.
'세상에나, 신앙생활 수십 년 만에, 내가 모시는 성체가 최후의 만찬 때의 빵이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잔치 때 나누어드시던 빵이기도 하겠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신 빵이기도 하겠고..) , 지금 내가 일용할 양식으로 받은 따끈따끈하고 맛나는 빵이구나. 예수님 시대의 일들이 미사 중에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그렇게는 실감하지 못했구나. 신부님께서 들어올리신 성체를 보면서 그저 '살아 계신 예수님, 당신을 내어주신 놀라운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우러러 보기만 했구나. 미사 때마다 내게 눈을 맞추고 빵을 떼어 먹여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인 줄 몰랐구나.' 남들은 아마 다 알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저 자신이 좀 한심해져서 웃음이 나더라구요.ㅎㅎ
예수님과 한 식탁에 앉아 예수님을 바라보며 빵을 먹는 정겹고 따스한 느낌!! 정말 행복했어요.
다정한 나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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