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박영봉 신부님

참된 왕권을 행사하자 ^^* (그리스도 왕 대축일)

김레지나 2015. 11. 23. 14:58

참된 왕권을 행사하자 ^^* (박영봉 안드레아 신부님의 강론입니다.)


- *♥* 참된 왕권을 행사하자 ^^* *♥* -

찬미 예수님! 사랑하올 형제 자매님, 지난 두 주간 동안 행복하게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일은 평신도 주일이라서 강론을 준비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두 주 만에 메일을 드리게 되었네요. ^^* 형제 자매님, 요즘 날씨가 계속 좋지 않습니다. 건강에도 유의하시면서 행복한 주일 만드세요.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빌라도가 예수님께 던지는 질문입니다. 마치 골목에서 놀던 꼬마가 다른 동네에서 이사 온 꼬마를 잡고 “야, 너 나보다 힘이 세냐?”라고 시비를 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또래의 꼬마들은 모든 것을 힘의 논리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인간상호관계를 이 힘의 역학으로 이해합니다.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이것은 오늘 복음을 통해서 듣는 빌라도의 말입니다. 빌라도는 로마의 황제를 대신해서 유대의 총독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던 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빌라도는 드러내지 않으려는 예수님을 굳이 자극하면서 예수님이 왕이심을 고백하게 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의 소문을 많이 들어왔었기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예수님을 심문했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자신보다 강한 힘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빌라도가 추구해온 힘의 지평에서 평가할 때 예수님은 결단코 왕이 아닙니다. 왕은 빌라도 자신입니다. 그래서 빌라도의 이 질문에는 “내가 왕이지 네가 왕이란 말이냐?”라는 비웃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형제 자매님,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도 빌라도의 생각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전례의 독서와 복음 그리고 기도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왕권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나자렛 예수님을 왕으로 소개하면서도 그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그 왕국은 이 세상에서부터 건설되기 시작하지만 저 세상에서 완성될 것이기 때문에 지상 왕국들과는 어떤 경쟁도 하지 않습니다. 형제 자매님, 빌라도가 부정했지만 예수님의 왕권은 그분의 죽음 곧 십자가에서 비로소 드러납니다. 요한은 다른 복음서에는 언급하지 않는 재미있는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19,19-20에서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죄목이 히브리말과 라틴말과 희랍말로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닙니다. 히브리말은 바로 유다인들의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종교의 세계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라틴말은 로마제국의 공통어로 사용되던 언어입니다. 곧 권력과 법의 세계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희랍말은 당시에 찬란하게 꽃피운 희랍문화를 상징하는 언어입니다. 그래서 문화세계를 대표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요한은 비록 십자가에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것은 세상의 모든 요소를 다스리는 참된 ‘세상의 임금’으로서의 예수님을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님, 예수님의 왕권은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희생하는 참된 사랑을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왕들이 주는 일시적인 평화가 아니라 영원한 평화 그리고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전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리스도의 승리 그 자체라기보다는 십자가를 통해서 드러나는 그분의 보편적인 구원의 능력에 대한 신앙고백이라고 하겠습니다. 형제 자매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왕국에 초대해 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왕권을 행사하게 하심으로써 우리를 통해서 당신의 나라가 확장되기를 바라십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라고 하면서 구원된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의 왕권에 참여한다는 것을 명백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왕권은 힘에 의해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대로 자신을 온전히 희생시킬 각오를 가진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행사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왕권은 그리스도에게서 볼 수 있듯이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실행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형제 자매님, 그러면 우리가 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우리들의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열쇠를 오늘 복음을 통해서 제시해주십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예수님은 진리이시므로 우리가 그분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진리 편에 서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참된 선인 진리에 동조하면서 어느 정도 진리와 동일한 본성을 지녀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진리를 향한 열린 마음을 지닐 때 가능합니다. 그렇게 열린 마음을 지니고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시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가 성경을 멀리하고서는 결코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하느님의 뜻을 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그리고 성경을 자주 접함으로써 생활 중에 들려오는 많은 음성들 가운데서 어느 것이 주님의 음성인지도 잘 식별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에서는 오늘부터 한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정했습니다. 성경을 더 많이 읽고 묵상함으로써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주는 삶의 등불로 삼기 위해서 입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는 성경 안에서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또 맏형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나야 아버지의 뜻을 올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나아가 알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생활 가운데서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왕권을 행사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대구대교구 산격성당에서 안드레아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