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양승국 신부님

<성모님의 발현 앞에서>

김레지나 2015. 10. 1. 08:48

    <성모님의 발현 앞에서>
 
    가톨릭교회의 여러 보물들 가운데 성인성녀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각 시대에 보내신 선물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다양한 얼굴, 각자 고유한 기여를 통해 교회를 성장·쇄신시키면서 어두운 세상을 환히 밝히는 빛나는 별들이 되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인들 가운데서도 대성인이었습니다. 그는 다방면에 걸친 출중함으로 가톨릭교회를 크게 성장시켰습니다. 교회를 위한 그의 업적이 얼마나 탁월했던지 오늘날 우리는 그를 가리켜 서방교회 4대 교부 중에 한분이라고 칭합니다. 무엇보다도 예로니모 성인은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동시대인들 가운데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히브리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예로니모의 출중함을 눈여겨 본 다마소 1세 교황님께서는 그를 교황비서로 임명하였으며, 그를 가까이에 두고 교회안팎의 이런저런 중차대한 임무를 맡겼습니다. 예로니모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히브리아로되어있던 신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로서는 일생에 한번 통독하거나 필사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예로니모는 신구약 성경 전문을 번역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괴로워했겠습니까?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러나 예로니모는 그 막중하고 어려운 일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기쁜 얼굴로 해나갔습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부여하신 달란트가 무엇인지 한번 곰곰이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교회와 세상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겠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또 한가지 큰 업적을 소개하라면 당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던 이단에 당당히 맞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교회의 분열을 시도하던 헬비디우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성모님께서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 외에도 여러 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로니모는 즉시 ‘복되신 마리아의 영원한 동정성에 대하여’라는 반박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만큼 성모님을 향한 예로니모 성인의 사랑이 컸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 한국 교회를 한번 바라봅니다. 잠잠해지는가했더니 또 다시 얼굴을 들고 있습니다. 성모님 관련 사적계시 이야기입니다. 20세기는‘성모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성모님의 발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도권은 성모님의 발현 앞에 즉흥적으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습니다. 늘 사려 깊게 관찰했으며 조심스럽게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더디게 인정하고 허용했습니다. 뭐든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을 향한 과도한 공경과 신격화는 신앙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뿐 아니라 신자들을 그릇된 신앙의 길로 인도하며 결국 교회의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모님의 발현 역사를 살펴보면 어려움에 처한 교회와 자녀들을 향한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회가 큰 위기에 처할 때 성모님은 발현을 통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백성들이 갈 길을 잃고 방황할 때 성모님은 발현을 통해 당신 양떼를 따듯이 품어 안아주셨습니다. 특별히 성모님께서는 당신 말씀의 전달자로 고관대작이나 명망가가 아니라 작고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을 통해 그때그때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건네주심으로 인해 교회는 나아갈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전해주신 메시지는 뭔가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발현하신 성모님의 메시지는 곧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메시지였습니다. 성모님의 메시지는 곧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건넨 말씀이었습니다. 결국 성모님의 메시지는 복음의 요약이요 가톨릭 정통 교리였습니다. 교회가 승인한 성모님 발현 메시지는 절대로 교회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강권에 못 이겨 어디 어디를 갔는데, 그 가르침이 너무 비상식적이거나 황당무계하다면 당장 뛰쳐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곳이라고 해서 따라갔는데, 그 가르침이 교도권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든지 이상한 물건들을 고가로 강매한다면 백퍼센트 사이비라 생각하고 발길을 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성모님은 철저하게도 교회의 어머니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 아들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슬러가면서 발현하시고 활동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성모님께서 계속해서 지구 도처에 발현하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다시 돌아서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모님의 발현은 하느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에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기 위한 따뜻한 모성애의 발로입니다. 성모님의 발현으로 인한 특별한 현상과 신비, 기적에만 지나치게 혈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한번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며 무리해서 관광버스나 장거리 비행기를 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네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편안하신 분, 우리가 바치는 매일의 묵주기도 안에도 항상 현존하시며 지속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