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을 통해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가뭄 끝 단비처럼
귀에 쏙쏙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말씀이 얼마나 은혜롭던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큰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때로 그 말씀이 얼마나 감명 깊던지
몸과 마음 전체를 흔들어놓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으로 인해 한 인간이 하느님께로 회심하기도 합니다.
그 말씀 한 마디가 한 사람 인생의 방향을 180도 전환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특별한 은총 체험은 우리 삶 안에서
지속적으로 되풀이되지는 않습니다.
매일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고,
그 말씀과 내 삶을 늘 연결시키며,
그 말씀을 우리 영혼의 소중한 양식으로 여기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하느님 말씀으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요 성장인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 마음은 크고 작은 자갈들로 가득 한 돌밭 같습니다.
이런 저런 근심걱정의 자갈들이 우리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 안에서의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
나를 향한 이웃의 시선에 대한 의식,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상처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우리 내면이 빼곡합니다.
그래서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뿌리를 내릴 작은 틈조차 없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는 하느님 말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필기까지 하며 잘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돌아서면 어느새 내면에 숨어있던 의심과 불신의 잡초들,
가시덤불들이 들고 일어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경청하고 진지하게 숙고해서
말씀을 영혼의 피와 살이 되게 하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매일 우리 앞에 던져지는 하느님 말씀 앞에 중요한 관건 하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그저 활자에 머무르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그 말씀이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되고
우리 하루 삶의 필수 영양분이 되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작업 한 가지는 우리 내면을 가꾸는 일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잘 돌보는 일입니다.
우리 밭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바라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 영혼의 밭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언젠가 땀과 정성과 탄탄한 영농기술로 아름답게 꾸며진
이웃의 텃밭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저희 텃밭은 그야말로 형편없었습니다.
일궈놓은 이랑도 꾸불꾸불, 작물의 상태도 시들시들...
그에 비해 이웃의 텃밭은 질서정연했습니다.
작물들은 너무나 싱싱해서 바로 시장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매일 아침저녁 빼먹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밭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내 영혼의 밭을 살펴봅니다. 한숨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저런 걱정거리의 잡초로 가득합니다.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상처의 돌로 가득한 돌밭입니다.
대대적인 제 마음의 텃밭 정리 작업을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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