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주인의 태도 - 양치기 신부님
|
|
|
|
채무 이행자들에게 주인 몰래 자기 마음대로 막대한 빚을 탕감해준
불의한 집사의 스토리는 우리가 잘 새겨들어야할 복음구절입니다.
자칫 잘못 해석하면 예수님 말씀의 진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수님께서 소개하시는 불의한 집사의 행동 하나 하나를 따라가 보니
참으로 몹쓸 사람이었습니다. 집사란 직책은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꽤나 비중 있는 직책이었습니다.
아무 집이나 집사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지역 유지나 명망가 집사를 고용했습니다.
그는 주인을 대신해서 재산을 관리했습니다.
주인 대신 돈을 빌려주기도 했고 거기에 따른 이자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집사가 주인의 재산을 마구 낭비한다는 소문이
주인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죄질이 워낙 좋지 않아
더 이상 그 자리에 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주인은
집사에게 정식으로 해고를 통고합니다. 기한을 정해주며 그때 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집사에게 인수인계할 것을 명했습니다.
해고의 사유는 공금 유용 및 횡령죄입니다.
해고 된 후 앞날이 캄캄해질 것을 예상한 집사는
더 좋지 않은 악수(惡手)를 두게 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며
조용히 사라져도 부족할 판에 더 큰 비리를 저지릅니다.
주인 허락도 없이 채무자들을 한명 한 명 불러들여 그들이 지고 있는
막대한 빚을 탕감해줍니다. 탕감의 정도도 어마어마합니다.
기름 백 항아리를 오십 항아리로 고칩니다.
밀 백 섬에서 팔십 섬으로 경감시킵니다. 공문서 위조죄에 해당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알게 된 주인이 그 불의한 집사에게
큰 형벌을 내려야 마땅한데, 오히려 그를 크게 칭찬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주인이 칭찬한 것은 불의한 집사의 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인이 칭찬한 것은 일생일대의 큰 위기 앞에서의
불의한 집사가 취한 신속하고 영리한 대처입니다.
우리는 불의한 집사에 대한 주인의 칭찬을
교회적, 종말론적 시각으로 해석해야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강생을 통한 하느님 나라가
자신들의 목전에 도래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
눈먼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향한 강한 경고 말씀이
불의한 집사에 대한 칭찬인 것입니다.
불의한 집사의 비리는 세속의 자녀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죽기 살기로 머리 싸매 고민하고 할 수 있는
백방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의 전형입니다.
불의한 집사의 비유가 오늘 우리 신앙인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목전에 다가온 하느님 나라를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언젠가 맞이하게 될 작은 종말인 우리 각자의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머리를 싸매 고민하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금쪽같은 시간들, 어찌 보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간들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인 영원한 생명의 획득과 구원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