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칠흑같은고통 속에서도

김레지나 2015. 7. 19. 20:49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드디어 가까운 병원에 입원해 있는 A형제님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연락을 했더니, 오마나나나나.... 주일미사에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항암 치료에도 듣지 않아, 아내가 형제님 몰래 많이 울더라는 소식을 전해 들고 마음이 아팠는데,

항암을 끊고 컨디션이 좀 좋아졌나 봅니다.

요양병원에서 한달 남짓 비교적 가깝게 지냈고, 착하디 착하고, 나랑 동갑인지라

기도 모임 환우들 중에서도 유난히 소식이 궁금했었습니다. 

 

(제가 요양하는 곳 근처) 성당 문을 들어서니, 아내 자매님이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유순한 인상이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요.

며칠 맞는 주사 항암은 더 이상 못하니 포트도 뺐다고 하고, 혈전이 생겨서 항암을 못했는데, 이제 좀 호전이 되어서

어제 찍은 씨티 결과 보고 다음 주부터나 표적치료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다시 기약없는 치료를 시작하나보다 싶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제님은 암에 걸리기 전에

아내랑 사이도 너무 좋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겁이 날만큼 행복했었답니다.

덜컥 암에 걸리고, 파산도 하고, 말기가 되고, 우울증에 걸리고

망망대해에 난파선 조각 하나에 매달려 떠 있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미사 중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선하디 선한 부부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자꾸 났습니다.

 

신부님께서 성전 리모델링 기금을 독려하시면서

매주 목요일 봉헌자들을 위해 미사봉헌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솔깃한ㅎ 마음에 적은 금액을 봉헌했습니다.

"하느님, 아주 조금이지만 미사 예물로 봉헌합니다.

 A형제님, S 언니...... A 병원 기도모임 환우들 모두와,

 지금 저랑 이웃하여 지내고 있는 환우들, 특히 6개월 선고 받은 00씨...

 제가 아는 환우들, 엊그제 검사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M 자매,

 그리고 없는 살림에 제게 큰 돈을 보내준 C선생님............

 아, 너무 많습니다만,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미사예물입니다.

 부족한 저까지, 한 사람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미사 때, 신부님 강론 말씀이 A 형제님께 힘이 되는 말씀인 것 같아,

뒷부분만 받아 적어보았습니다.

 

신부님의 2015년 7월 19일  주일 미사 강론 뒷부분입니다.

 

(전략)

 

  다같이 오늘 화답송 시편 중 두 번째 부분을 읽어봅시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 캄캄해지면 양들을 노리는 짐승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양들은 목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목자의 막대와 지팡이가 위안이 될까요?.........목자는 막대와 지팡이로 탁탁 두드리며 간다고 합니다..........‘내가 있다. 내가 옆에 있으면서 너를 지켜주고 너를 보호할 것이나 그러니 두려워마라. 걱정하지 마라. 너와 함께 있단다.’하는 신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의 막대와 지팡이에 마음이 든든한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두려워하지 마라'는 단어가 365번 이상 나온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면서 당신의 현존을 보여주십니다. 특히 우리가 어둠 속에 있을 때, 어둠의 골짜기를 지날 때, 캄캄한 <칠흑같은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리를 절대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목자가 지팡이를 두드려 소리를 내듯) 당신의 현존을 우리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알려주십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반드시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시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구원의 길을 걸으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무리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더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믿으면서,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둠의 골짜기를 잘 건너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어두움이 빨리 걷히고 빛이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목자인 예수님께 “예수님, 빨리 태양이 뜨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목자인 예수님께 아무리 청한다고 해도 한 밤 중에 태양이 빨리 뜨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예수님을 재촉해도 때가 되어야 태양이 뜨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해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태양이 일찍 뜨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현존을 믿고 예수님께 굳게 의탁하면서, 우리가 절대로 절대로 예수님을 놓치지 않고, 예수님께서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태양이 빨리 뜨지 않느냐고 예수님께 떼를 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둠과 고통의 시간을 지날 때 오늘 시편 말씀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하시고, 또 우리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우리를 ..... 희망과 빛을 주실 것을 꼭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온전히 온전히 의탁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있을 때, 우리가 아파할 때, 우리보다 더 아파하시고 더 고통을 당하시는 분이심을, 그렇게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심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하더라도 주님께서 우리와 진정으로 함께 하시고 지켜주신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 예수님께서 인도해주시는 구원을 향해서 기쁜 마음으로, 든든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신앙 고백 > 투병일기-2015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너에게 무엇을 했느냐?  (0) 2015.07.25
나쁜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0) 2015.07.23
☆ 예수님의 수난은 기다림  (0) 2015.07.17
풍경  (0) 2015.07.04
휴~!  (0) 201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