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암요양병원에서 말하길
"여기 환자들이 외출하고 성당에 가는 것은 허락하는데,
신부님은 못 오십니다."
일곱 명의 중한 환우들이 관할 본당 신부님께 봉성체를 청했고,
일인 실 쓰시는 자매님의 방에서 이십 분쯤 머무르실 거라는 소식을 들은 병원측이 재단 방침이랍시고 한 말이다.
이유라고 들이댄 게 어이가 없다.
"신부님을 오시게 하면 스님도 와야하고 여호화의 증인도 와야한다.
상주하는 목사님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입원했느냐. 이 재단은 교회 재단이다.
외부인이 들어와서 불이라도 낼 수 있으니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천주교 신자 환우 몇이 항의를 했다.
"신부님이 오시는 안 되는 이유를 한두 줄이라도 서면으로 달라. 목사님들은 다 병실로 심방 오지 않나요?
서면으로 받아서 스캔해서 병원 홈피 게시판과 암환우 카페에 올려야겠네요..
이 병원은 개신교 신자만 신앙생활 할 수 있습니다. 하고 공지를 하세요.
그런데 병원 설립할 때, 종교적 제한을 두는 게 법적으로 가능하기는 한가요?
암환자들 요양병원이라고 해놓고 방음도 전혀 안 되는 병실에서
매일 5시 40분 새벽기도 한다고 새벽부터 알람 울리고 화장실 소리, 문소리 내면서 수면 방해 하는 건 정당한가요?
매일 예배에 같은 하느님 믿는다고 천주교 신자들 오라고 권유할 때는 언제고 앞뒤가 다르네요.
봉성체는 청할 거니까, 모이는 시간에 재단 대표가 와서 사과하고 앞으로의 방침을 밝히세요." 등등
하여튼 다음 날 신부님 다녀가신 후에 중간 관리자가 왔다.
"이렇게 잠깐 다녀가시는 것은..
재단에서 앞으로 상황 봐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계속 오시게 할 건지 결정하겠답니다."라고 한다.
"대체 무슨 상황을 보고, 누구한테 물어봐요? 상식적인 말을 하세요.
여기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서로 종교 문제로 상처주는 말은 하지 말라고 매일 설교로 강조해야할 분이 나서서 신부님을 못 오시게 하다니. 그러니까 여기 신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성호경 긋고 밥 먹는 사람들만 보면 별의별 말을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겁니다. 천주교 신자는 불쌍하다는 둥. 천주교에도 구원이 있냐는 둥.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하고 항의했다.
결국 제대로 된 사과는 못 받았다. 앞으로 매 달 봉성체는 청할 작정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같은 재단의 M노인요양병원에서도 신부님이 성사 주러 가시는 걸 막아서
신부님이랑 병원이랑 대판 싸운 적이 있다고 한다.
노인 요양병원에서 청했으면 얼마나 간절한 상황이었겠는가?
어떻게 그런 비인간적인 일을 종교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가?
지난 달에 신부님께서 병자 성사 주시러 오셨을 때, 봉사자들이 가톨릭 신문을 여러 부 가져오셨고,
74세이신 안나 어머님이 읽어보려고 당신 병실로 들고 가셨다.
직원이 보더니 사진 찍고 돌러주겠다고 했다면서
마음 여리신 분이 얼마나 놀라셨는지,
어제는 기도책자를 옷 속에 넣고 기도 모임에 오셨다.
"워마나. 일제시대 태극기 품듯 들고 오셨네요."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이 몹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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