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아름다운 사람들

김레지나 2015. 4. 30. 23:01

병원에서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이야기한다.

은혜로운 이야기들도 많아 옮기고 싶은데, 지금까지 시간을 내지 못했었다.

오늘 만나 이야기 나눈 분들 이야기만 잠깐 해볼까.

 

참 아름다운 사람들.

 

A형제님은 50세이고, 대장암에서 간, 복막 등등에 전이가 되었는데,

항암이 듣지 않아서 자꾸 전이된 부분이 커진다.

의사샘이 항암제를 바꾸어서 해보기는 하지만 희망은 별로 없다고 계속 항암을 할 건지 선택하라고 했단다.

통증이 심해서 신경 차단술을 받았는데도,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A형제님은 항암이 너무 싫어서 그만 포기하도 싶어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기에 항암치료를 선택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 호스피스를 갈까 요양병원을 갈까 고민했다고 한다.

아침에 병원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내가 아침에 전화해서..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은총을 받는다고 해외 어느 곳에 기부했노라고...울면서 힘내라고 했단다.

형제님은 암에 걸리기 전에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겁이 날 정도로 행복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있기까지 해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착하디 착한 형제님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A 형제님을 위해 잠시 기도해주세요.)

 

M자매님은 개신교 신자인데, 54세이고, 하얀 피부에 인형처럼 예쁘시다.

병실에 주로 누워 있길래, 항암하고 힘들어서 그러나보다 했는데,

오늘 S 언니한테 들어보니, 손을 쓸 수 없는 말기암 환자라고 한다.

S언니한테 줄 선물이 있어서 방에 같이 들어오다가 M자매님을 만났다.

남편에게 유언장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S언니는 울고 말았고...

내 방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스피스 병원을 예약했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기다려야된다고 했단다.

기도책자를 드리고, 선종기도를 함께 했다.

M자매님가 평화로운 모습으로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모습은 마음 아팠지만 거룩해보였다.

유언장 양식을 컴으로 검색해달라고 해서.. 몇 가지 알려주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호스피스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기에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M자매님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저녁 천주교 신자 기도모임에 처음 나온 H언니는

보기에는 많아야 50세로 보이는데, 60이 다 되었다고 하신다.

표정이 참 환하고 밝아서 말기는 아닌 줄 알았는데, 난소암에서 간, 요도 등의 장기로 전이가 되어

세 차례의 수술을 하고 몇 년째 항암치료 중이라고 한다.

BRCA2돌연변이 유전자가 있고ㅡ 가족력으로 동생도 50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나 건강해보이고 힘있고 밝은 표정인지 모른다. 

하도 죽음에 대해 긍정적이고 의연하니, 가족들이 '너만 그렇게 잘 받아들이면 뭐하냐. 남은 사람들은 힘들 텐데.'하고 핀잔을 준다고 한다.

(H 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H언니 동생은 아주 열심한 신자여서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한데도

세상을 떠나기 2주전까지 평일미사에 가기를 간절히 원해서 가족들이 미사에 참레하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집에서 합성몰핀 등으로 통증 조절을 하면서 방문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아가며 마지막을 지냈다고 하는데,

가족들이 다 모여 있을 때, 딸이 마침 들어오는 것을 보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동생은 임종 직전에 갑자기 눈을 뜨더니,

어느 한 곳을 쳐다보면서 연거푸 "아멘" "아멘"을 외치더니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뭐가 보이느냐고 물어봐도 이미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그저 "아멘"하면서 천상의 미소를 보였다고.

장례미사는 열 분의 신부님이 집전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기일 이외에는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나 슬퍼서.

그토록 신앙심 깊은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데려가신 하느님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언젠가는 하느님과 화해하겠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남겨진 남편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들 금세 눈물을 흘렸다.

 

J 언니는 60세이시고, 담낭암 환자이신데,

여러 장기로 전이되어 항암을 하면 더욱 커져서 이젠 쓸 약이 없다고.

살이 십 키로 이상 빠져서 몹시 야위셨는데,  열심히 드시고 열심히 움직이신다.

오늘도 근처 장에 가서 텃밭에 심을 모종을 사오시고,

간호하는 남편과 함께 등산을 다녀오시고,

모종을 심어야한다면서 오늘 기도 모임에는 못 오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부지런하셔도 무리가 갈 텐데, 걱정이다.

명동성당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었는데,

아마추어 대회도 여러 번 나갈 정도로 운동에 푹 빠져서

십여 년을 성당에 나가지 못했었다고.

다시 성당 나가시고 기도에도 열심이시다.

아직 옛날 버전 기도문을 외우신다.

예를 들면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J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병자 성사를 받게 해주었다고 감사하다면서

몇 시간을 산에서 캔 나물을 한 봉지 선물하셨던 A언니는

70대이시고 참 조용하시고 순하신 분이다.

병원에 들어오니 당신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없다면서

부끄럽다고 하신다.

항암 직후라 힘들어서 기도 모임에 오지 못하셨다.

(A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마리아 어머님은

양측성 폐암으로 수술을 못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을 간호하며 병원서 지내신다.

아들이 어서 세례를 받기를 바라시며 기도하신다.

마흔 둘 아들이 암선고를 받았으니, 엄마의 마음이 오죽하랴 싶다.

내가 집에서 영적도서를 여러권 갖고 와서, 도서관을 열었는데,

마리아 어머님 아들에게는 차동엽 신부님의 <사도신경>을 빌려주었다.

 (마리아 어머님과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울 병원에는 교리신학원을 나온 언니들이 두 분 계신다.

(의정부교구, 춘천교구, 수원교구, 서울교구, 인천교구, 대전교구 신자 환우들이 골고루 모여있다.^^)

S언니와 Y언니.

 

S언니는 야무지고 온화한 성품, 54세,

유방암  1기였는데, 폐로 전이가 되어 항암치료를 권유받았는데,

몹시 허약해져서 항암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연치유에 전념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와 있는데, 꾸준히 선종기도를 하고 계신다.

물론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근에 눈이 포도막염으로 심하게 충혈되고 아파서 치료 중이다.

하마터면 실명할 뻔했다고.

(S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Y언니는 60세

와우~!

친자식 셋과 입양한 아들을 키우셨다.(존경!)

강단지고 바르시다.

남편분도 위암 환자이신데, 지금은 많이 회복이 되셨고,

Y 언니는 췌장암이다

수술을 두 번 하셨다.

두번째 수술은 전이된 혹이 신경을 누르고 얽혀 있어서 통증이 몹시 심하고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었는데,

기적적으로 신기술로 하는 수술에 성공해서 통증을 일으키는 혹을 떼어냈다고.

그런데도.. 당신 병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우리를 걱정하신다.

"암은 축복받은 병이어요.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으니."라고 하신다.

아는 치유봉사자에게 졸라서 병원에 와주십사 청했다고 하셨다.

다들 기도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감사한 일이다.

(Y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모니카 권사님.

천주교에서 세례 받은 적이 있는.. 지금은 개신교 권사님이다.

나한테 개신교회 나오라고 성화였던 분인데,

신기가 있어서 무당이 되어야 했는데, 교회 다니면서 이겨냈다고 한다.

참 고생 많이 하셨을 거라 짐작된다.

천주교에 대해 어이없는 비판을 꽤 하셨는데,,

그때문에 나는 일부러 만날 때마다 꼭 안으면서

"하느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모니카 권사님"하고 웃으며 인사한다.

(모니카 권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또. 70대 환우 목사님 한 분.^^(천주교 신자들을 불쌍하다고 하셨던..ㅋ)

위암인데, 위, 소장, 비장, 자궁 까지 다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다 들어냈는지는 모르겠고.

산책을 몇 번 같이 했는데, 뱀을 무서워하신다.

물론 나도..뱀이 넘 무섭다. 체력이 안 되어 산에는 오래 못 가지만..

그래서 뱀이 싫어한다는 나프탈렌을 몽땅 사갖고 와서 나누어드렸다.ㅎㅎ

지팡이 끝에 매달고 다니시거나 운동화 끝에 매달고 다니시라고..^^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