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유치한? 기적도

김레지나 2015. 5. 1. 00:43

나는 7,8년 전에 마리아 선생님의 성화에~ 메주고리예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성모님께서 개신교 신자인 웨인 와이블을 불러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정중한 청을 하신 이야기부터...

그것 신부님들이 쓰신 책들이며, 은총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들...

나는 책에 적힌 모든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얼마나 신나는 은총체험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사이트에서 메주고리예 발현에 대한 시비가 붙었다.

어떤 사람이 메주고리예에서 묵주 색깔이 황금색으로 변했다는데, 그런 유치한 기적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가짜라고 했다.

나도 그 사람의 의견에 동의했다.

필시 마귀가 메주고리예의 은총에 감화되는 이들을 방해하기 위해

시비거리가 될만한 사이비같은 이적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제법 이성적이고 신중한 듯 보이는 내 생각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성모꽃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메주고리예 성지순례를 다녀온 선교사가 면역력향상프로그램에 와 있었는데,

몇몇 신자들과 함께 인터넷 생중계로 메주고리예 발현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루시아라는 자매는 여러 장기로 전이된 말기암 환자였는데, 무릎을 꿇고 아주 열심히 발현을 지켜보았다.

중계가 끝난 후에 선교사는 자기네 순례모임에서 묵주가 금색으로 변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들 아무련 변화나 체험을 못했다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루시아 자매는 자기 방에서 은색 체인이 황금색으로 변한 자신의 묵주를 발견했다.

모두들 놀라워하면서 사진을 찍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일 년반 전에 루시아 자매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가 세상을 떠나기 한두 달 전이었는데,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밝은 빛이 날 정도로 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기적을 체험하고, 기쁨 속에서 선종을 준비한 루시아 자매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루시아 자매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분명 <용서의 숙제>를 훌륭히 해냈을 테지만,

한 사람이 받은 깊은 상처가 얼마나 치유되기가 힘든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표징은

다양하기 짝이 없다.

일대 일 맞춤형 은총,

어쩌면 사람 수만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를 당신께로 더 가까이 부르신다.

 

앞으로 어떤 신앙체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겸손된 마음으로 삼가해야겠다.

 

(암튼, 루시아 자매가 생각나서

 암환우기도모임 책자에 부모를 용서하기 위한 기도를 넣었다.

 주위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이 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