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4월15일 부활 제 2주간 수요일 /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김레지나 2015. 4. 15. 09:38

 

 

4월 15일 부활 2주간 수요일 
 
고해성사를 보면서 저 자신의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씀드린 적이 많습니다. "명색이 제가 사제인데, 수도자인데...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부터 거룩한 사제와 수도자의 모습이 아니었음을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거룩해서 사제가 된 것이 아니고 제가 자격이 있어서 수도복을 입고 있음이 아님을 깨달아야만 하였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고백할 수 밖에 없는 부끄럽고 초라한 모습이 원래 저의 모습이었고 이러한 저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셨음을 주님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제인 제가 이런 죄를 지었다고 자책하며 아파함이 또다른 교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일 수 밖에 없는 죄인인 저에게 주신 놀라운 은총과 사랑에 감사드리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죄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나의 이 모습을 들고 자신의 어둠 속으로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주님의 빛을 향해 걸어갈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비록 빛 앞에 자신의 모든 한계와 상처가 드러날지라도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자기 자신을 벗어나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빛 앞에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자기 자신이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빛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내 뒤에는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러나게 됩니다. 빛 앞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모든 죄와 그 흔적들이 더욱 드러나 보이는 것입니다.  
 
하느님 대신에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러한 경계에서 자신의 과거가 만든 어둠 속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빛 앞에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기 싫어 자기 자신 속으로 도망치며 그 빛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체면과 부끄러움을 넘어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기 자신보다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그분의 사랑만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진정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 모습이 비록 부끄럽고 여전히 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일지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느님께서 이러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드님을 믿을 때 우리는 더이상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무절제한 애착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옥에서 나와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빛과 어둠, 하느님과 하느님이 아닌 것 사이에 서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자기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우리에게 줄 것입니다. 사랑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우리를 '지금 여기'인 현재를 살아가게 해 줄 것입니다.  
 
하느님의 빛 안에서만이 우리의 과거는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것이 상처 투성이며 부끄럽고 아픈 기억일지라도 과거의 의미는 그 자체를 벗어나서 현재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현재인 지금 살아계신 분이 우리의 하느님,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신앙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벗어나 예수님을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그분께 등을 돌려 자기 자신의 감옥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심판하심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우리 스스로를 심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놀라운 사랑만을 바라보며 그 사랑을 따라감에 용기가 필요합니다.  
 
과거를 과거이게 할 수 있는 용기, 그림자를 따르지 않고 빛을 향해 돌아설 수 있는 용기, 자신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진실 앞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우리를 빛의 자녀로 살아가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