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기억할 글

(2) 칠극 제1편: 겸손으로 교만을 누르다

김레지나 2015. 3. 27. 16:22

[지상중계-시복시성추진위 ‘순교 영성 강학’] (2) 칠극 제1편: 겸손으로 교만을 누르다

자기 분수 모르는 ‘교만’을 피하라
‘칠극’, 1614년 북경서 출간된 수양서
육신의 행복과 명예 추구 경계
스스로 낮추는 ‘참된 선’ 강조
발행일 : 2015-03-22 [제2936호, 3면]

칠극(七克)은 1614년 북경에서 출판된 책으로서 한문으로 쓰여진 400면의 수양서(修養書)이다. 지은이는 판토하(Diego de Pantoja, 1571~1618, 龐迪我)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마태오 리치 신부를 보좌한 스페인 출신 예수회 신부다.

칠극의 내용은 칠죄종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한다. 칠죄종이란 교만, 질투, 인색, 분노, 탐욕, 음란, 게으름으로 죄의 근원이 되는 ‘사악’을 의미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칠죄종에 대비되는 칠추덕으로 신중, 정의, 자비, 강건, 정결, 순결, 온유를 들었다. 이는 판토하의 칠추덕과 표현상의 차이는 있어도 내용은 같다.

칠극은 유교와 그리스도교가 처음으로 접촉하던 시기에 쓰여진 흥미로운 하나의 역사적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이 두 문화 속에 살아가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새로운 수양론의 본보기기 된다.

교만이란 분수에 넘쳐 영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 실마리는 많지만 네 가지로 모을 수 있다. 첫째 선이 하느님이 아닌 자신에게서 나온다 여기고, 둘째 선이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공적으로 돌리는 것이고, 셋째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고, 넷째 남을 경멸해 자신은 뭇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판토하는 교만을 다음과 같이 10절로 나눠 설명한다.

1) 극오난(克傲難)

교만을 이겨내기는 어렵다. 우리가 덕을 닦을 때 생각이 하느님으로 완전히 향하지 않는다면 그 빛이 반드시 한 쪽으로 기울고 교만이라는 그림자가 반드시 붙는다.

2) 계이형복오(戒以形福傲)

육신의 행복 때문에 교만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한다면 교만은 마땅히 없어질 것이다.

3) 계이심덕벌(戒以心德伐)

마음의 덕을 자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행실도 한 사람에게 낮추는 마음을 이길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존중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낮추는 한 마음과 맞설 수 없다. 성인이란 이런 것이다.

4) 계호이(戒好異)

자신이 남과 다르다고 여기기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부귀, 평판, 편안함은 모든 사람이 바라지만, 일시적이고 우연히 얻었을 뿐이다. 이런 것들을 얻고 잃음에 즐거워하거나 근심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남과 다르게 된다.

5) 계호명(戒好名)

명예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덕을 드러내어 명예를 찾는 죄는 덕을 버리는 죄보다 심하다

6) 계사선조명(戒詐善釣名)

선을 가장하여 명예를 낚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명예를 좋아하는 이들은 선한 듯하지만 선하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은 참된 선을 꺼린다.

7) 계청경(戒聽譽)

예찬 듣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귀를 기울여 예찬을 들으면 어리석게 되고, 이미 들은 뒤는 스스로 기뻐하면 마음이 어지러워져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8) 계호귀(戒好貴)

귀해지기 좋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바라는 것을 얻고 싶어 근심하고, 얻은 뒤에는 손에 넣은 것을 지키고자 근심한다. 그리고 지위를 잃어버리면 더욱 마음의 근심이 된다.

9) 논겸덕(論謙德)

겸손의 덕을 논해야 한다. 겸손한 사람이 자신을 낮출수록 하느님은 더욱더 낮추어 그를 가까이하고, 교만한 사람은 자신을 높일수록 하느님은 더욱더 높이 올라 그를 멀리 한다.

10) 식기보겸(識己保謙)

자신을 알아 겸손을 지켜야 한다. 자신을 알아 생기는 겸손은 모든 선의 시작이고, 하느님을 알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선의 마지막이다.


김귀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