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용은 수녀님

(16) 구경꾼과 참가자- 숨는 ‘구경꾼’ 만드는 SNS

김레지나 2015. 1. 24. 21:56

(16) 구경꾼과 참가자

숨는 ‘구경꾼’ 만드는 SNS
책임감 없기에 불평·험담 넘쳐
독서 통해 ‘참가자’로 거듭날 때
온전한 인격적 만남 가지게 돼
발행일 : 2014-11-02 [제2917호, 17면]

말 잘하기로 유명한 한 연예인이 말 잘하는 비법은 “신문과 책을 가까이 하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그는 학창시절 몹시 가난해서 대학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러나 달변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학벌도 학교공부도 아닌 틈만 나면 읽었던 독서의 힘이라는 것이다.

말의 힘은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됨됨이에 있다. ‘말’과 ‘삶’이 만나야 한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몇 시간씩 강의를 하고나면 공허할 때가 있다. 지키지도 못하면서 좋은 말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게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말만 해도 할 말이 많은데 좋지 않은 말은 또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반성한다. 오죽하면 교황님께서 “험담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고 하셨을까.

요즘 ‘불평’과 ‘험담’이 SNS를 통해 넘쳐나고 있다. 신경학자들에 의하면 온라인은 부정적 감정들로 잠식되어 있다고 한다. 인터넷 세상에는 실제 세상보다 거짓말과 사기가 난무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온라인에 접속하면 할수록 훨씬 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접속시간이 많을수록 부정적인 인간관계가 늘어나고 자기통제력 상실, 고독, 우울, 스트레스와 자기 통제력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이 온라인에서 떠돌아다니는 정보로 말을 하는가? 평소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가십’과 ‘험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언젠가 신자들 모임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험한 말들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진심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말일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막말을 하면서 어떻게 피해자들을 위한 진심을 믿으라 할까? 그런데 생각해보라. 우리는 대부분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 하여 얼굴을 마주하고 막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하여 누군가를 향하여 막말을 한다면…. 왜 그럴까?

구경꾼이기 때문이다. 구경꾼은 세상에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남의 말을 하기를 즐긴다. 구경꾼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은 늘 멀리서 바라만 보기에 그 어떤 사람이나 사건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감정에 애착하면서 남의 감정은 무시한다. 구경꾼의 말은 경박하고 가볍다. 늘 떠도는 정보만으로 생각하고 말하기에 과장될수록 재미있고 허위일수록 긴장감 있는 쾌감을 누린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바라만 보는 구경꾼이기에 자신의 공간에 숨어있다. 절대로 모두가 보는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않는다. 구경꾼은 구경만 할 뿐이다.

이렇듯 SNS는 사용자를 집단 속에 숨어있는 구경꾼으로 만든다. 그러나 책은 독자를 참가자로 만든다. 저자와 독자와의 단 둘의 만남이기에 온전한 인격으로 서게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는 자신의 느낌과 감정에 책임을 느낀다. 그렇기에 참가자의 말에는 좋고 싫은 것에 대한 감정보다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경험과 지식을 마음으로 곱씹어 정화시키고 식별하여 가려 말하고 생각하며 정돈하여 말한다. 참가자는 무엇보다 말하는 자신에게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김용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