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ㅡ믿는다는 것은
한참 후에 나는 깨달았다...
믿는다는 것은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을.
설사 내 눈앞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사랑한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쉽게 나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산 같은 고통이 닥쳐온다 해도,
설사 내가 어이없이 죽는다 해도,
내 식구가 내 자식이 죽는다 해도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고 구원하여 벗을 삼고 싶어 하심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내가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가서 빨리가 그토록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예방 주사를 맞히듯이,
내가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듯이,
내가 싫다고 해도 그분이 시키는 그것,
내가 아프다는데 그분이 나를 그 아픔으로 밀어넣는 그것,
그것이 결국 끝끝내 그분이 나를 두고 하시는 사랑의 행위임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것을 믿음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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