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광야 체험

김레지나 2014. 12. 30. 22:16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
어제 밤 12시경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김윤일 로베르토 신학생이 부제품을 앞두고 일 년간의 해외선교실습을 위해서 이곳 깜뻬체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지 정확히 24 시간만에 도착하는 일정이라서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는 표정으로 로비를 나오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항상 한국외방선교회 후배 신학생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고맙고 자랑스럽고 짠하다는 것입니다.

고맙고 자랑스러운 이유는 쉽지 않은 외방선교 성소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짠한 느낌의 이유 역시 외방선교 사제로서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그들의 운명같은 선교소명에 대한 짠한 마음입니다. 지금이야 선교사제로 서품을 받고 선교지에 나가서 열정 넘치게 소명을 살아갈 희망으로 가득하겠지만 선교사제로서의 길에는 희망만큼이나 큰 절망의 순간들도 함께 담겨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짠합니다.

  그러나 희망 만으로는 선교사제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니, 막연한 희망이 좀 더 치열한 열망이 되고 좀 더 차분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절망의 순간들을 거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경험하셨던 광야에서의 40일과도 같은 체험입니다. 외롭고 고단한 광야에서의 긴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비로소 하느님의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광야에서의 체험이 없으면 쉽게 하느님의 일이라는 가면을 쓴 인간의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깊은 어둠과도 같은 절망과 체념의 순간에 다다라서야 인간은 비로소 새롭게 정제된 하느님 안에서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선교사로서의 삶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김윤일 로베르또의 앞 날에 주님의 동행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들을 훌륭히 키워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제로 봉헌해 주신 로베르또군의 아버지 영전에, 그리고 멀리 떠난 아들을 위해 혼자서 외롭게 기도를 바치고 계실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장하시다는 의미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김윤일 로베르토! 잘 왔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