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2년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김레지나 2012. 9. 23. 00:04

며칠 전에 요한 묵시록을 읽다가

턱~ 하고 가슴에 얹힌 구절이 있어요.

 

2:1 “ 에페소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고 일곱 황금 등잔대 사이를 거니는 이가 이렇게 말한다.

2:2 나는 네가 한 일과 너의 노고와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라고 자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너는 그들이 거짓말쟁이임을 밝혀냈다.

2:3 너는 인내심이 있어서, 내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

2:4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2:5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제가 어디쯤에서 추락했는지...

짐작은 하지만 이겨내기가 쉽지는 않네요.^^

 

목요일 미사에서 윤성민 신부님께서 언제나처럼 훌륭한 강론을 해주셨어요.

그날 복음은 루카복음이었어요.7,36-50

 

36 바리사이 가운데 어떤 이가 자기와 함께 음식을 먹자고 예수님을 초청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 바리사이의 집에 들어가시어 식탁에 앉으셨다.

3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38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39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가 그것을 보고,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곧 죄인인 줄 알 터인데.’ 하고 속으로 말하였다.

40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몬아,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시몬이 “스승님, 말씀하십시오.” 하였다.

41 “어떤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둘 있었다. 한 사람은 오백 데나리온을 빚지고 다른 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다.

42 둘 다 갚을 길이 없으므로 채권자는 그들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그들 가운데 누가 그 채권자를 더 사랑하겠느냐?”

43 시몬이 “더 많이 탕감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옳게 판단하였다.” 하고 말씀하셨다.

44 그리고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셨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45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46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부어 발라 주었다.

47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48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49 그러자 식탁에 함께 앉아 있던 이들이 속으로, ‘저 사람이 누구이기에 죄까지 용서해 주는가?’ 하고 말하였다.

50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며칠 지났더니 신부님 강론 말씀이 벌써 가물가물하네요.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어떤 죄를 지었느냐고 묻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머물러 묵상해보라고 하셨고,

사람들이 다 알만한 큰 죄를 지은 여자였지만 예수님께서 그 죄를 다 용서해주시는 자비로운 분으로 믿고 예수님을 찾았기에, 그 믿음으로 죄를 용서받고 구원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그동안 제가 그 복음을 대할 때 늘 시몬의 입장에서 묵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여인은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할만한 큰 죄를 지은 사람이니까 저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았고,

시몬의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아~ 저런 사람도 용서해주시는 주님이시구나.'하고 감탄하는 정도에서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는 글쎄 그 여자가 바로 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세상 걱정거리들 때문에,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하느님과의 사랑을 저버리고 꾸중 들어 마땅한 죄인 말이에요.

차마 주님께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지쳐있고 힘들어도 자비를 청하고 사랑을 드릴 분은 오직 주님뿐이시지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하는 말씀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따뜻한지~ 눈물이 날 뻔했어요.

주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 신앙인에게도 정작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주님께서 제게 주었던 답장 속에서

"네 죄는 나에게 가까이 오는 데 도움이 되었지."라고 하신 말씀이 이제는 이해가 돼요.

 

나와 이웃의 구원에 털끝만치도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

훌훌 털어버리고.."평안히" 지내야겠어요.

주님에 대한 사랑을,, 예수님의 애인으로서 마냥 행복하던 시절의 그 기쁨을 회복해야겠어요.

 

목요일 입당 성가는 기도공동체 성가 483번이었어요.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

 

내 마음에 주를 향한 사랑이

나의 말엔 주님 주신 진리로

나의 눈엔 주의 눈물 채워주소서.

 

내 입술엔 찬양의 향기가

두손에는 주를 닮은 섬김이

나의 삶에 주의 흔적 남게 하소서.

 

하느님의 사랑이 영원히 함께하리.

십자가 이 길을 걷는 이에게

순교자의 삶을 사는 이에게

조롱하는 소리와 세상 유혹 속에도

주의 순결한 신부가 되리라.

내 생명 주님께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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