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찬선 신부님

마리아와 함께 그리고 마리아처럼

김레지나 2012. 1. 2. 22:55




마리아와 함께 그리고 마리아처럼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저는 오늘 한 해를 시작하면서 교회는 왜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낼까 생각해봤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한 해를 시작하고,

마리아와 함께 한 해를 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

어머니하고 같이 산다면 나는 자식으로 사는 것이고,

자식 중에서도 어린 자식으로 사는 것이 연상됩니다.

크면서 또는 커서 한 때는 어머니가 성가시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인간에게 어머니는 마음으로라도 늘 함께 계셔야 할 존재입니다.

 

아기들이 무엇을 가지고 놀 때 보면

엄마가 없어도 되는 것처럼 자기 놀이에 열중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장난감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울며 엄마를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훨씬 힘이 없지만

힘없는 엄마가 이처럼 우리의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힘입니다.

아버지는 전능의 하느님이신데 비해

어머니는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아버지의 힘은 역경과 위험에서 우리를 구출해내는 외적인 힘인데 비해

어머니의 힘은 역경과 위험을 이겨내게 하는 내적인 힘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전능하심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외적 힘이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무엇이든 하게 하는 내적 힘인 것과 같습니다.

 

아무튼 어머니 마리아는 우리 육신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사랑의 하느님 또는 어머니 하느님이기도 한 영적인 어머니이십니다.

올 한 해 이 어머니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이 어머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축일을 새 해 첫날 지내는 두 번째 이유는

새 해에는 우리 모두 마리아처럼

세상에 하느님을 낳아주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라는 뜻이 있습니다.

마리아가 하늘의 주님을 세상에 낳아주신 것처럼

우리도 하늘의 주님을 세상에 낳아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잘 청취하는 겁니다.

수없이 떠도는 쓸 데 없는 다른 말들은 쫓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만 늘 그리고 잘 청취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듯

우리의 주파수를 마리아처럼 하늘에 맞추고

그런 다음에는 채널 고정을 하는 겁니다.

올 한 해 말씀 필사를 다시 한 번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말씀의 청취로 말씀이신 하느님을 잉태하였으면 이제

마리아처럼 말씀의 묵상으로 하느님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려면 아기를 수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달 동안 태 안에서 그 아기가 자라게 하듯

우리는 들은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새기는 묵상을 늘 해야 합니다.

올 한 해 말씀 묵상의 시간을 미사 전후에 가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말씀 묵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크게 자랐다면 이제

마리아처럼 하느님을 세상에 낳아줘야 합니다.

아무리 말씀을 사랑한다 해도 자기 태 안에 계속 가둬서는 안 되고

말씀 실천으로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보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一日一善하기로 우리가 결심하듯

올 한 해 매일 읽고 묵상한 말씀 중

어느 한 하나를 실천에 옮기기로 작정을 하고 매일 실천하는 것입니다.

 

올 한 해 이렇게 우리는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실천함으로

수태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하느님 말씀의 어머니들이 됩시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