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찬선 신부님

햇빛은 쬐는 사람에게만 비춘다.

김레지나 2011. 12. 25. 20:44

햇빛은 쬐는 사람에게만 쪼인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맞아들이지 않았다.”

 

어제 아침 눈을 떠 밖을 내다보니 눈이 왔습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저는 White Christmas가 되게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성탄절 선물로 눈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성탄절에 오시는 아기 예수께서

이 눈처럼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눈이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덮어 버리고

품었던 온갖 사악한 생각과 더러운 마음을 순결케 하듯

아기 예수님께서 그런 눈처럼 오셨으면 좋겠지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그렇게 오시길 바라십니까?

 

그런데 저는 어제 그 눈을 바로 치워버렸습니다.

보기에는 좋지만 그 눈이 우리를 미끄러져 넘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눈은 보기에만 좋지

실제 생활에서는 여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기는 어떤 아기든 우리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하고

사랑치 않고는 배길 수 없게 하니 아기 예수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므온 노인이 예언하듯 그 아기가 수많은 사람을

일으키기도 하겠지만 걸려 넘어지게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예수님을 우리는 눈을 치워버리듯

언제 치워버릴지 모릅니다.

 

그것은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빛은 참 좋지요.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햇빛 덕에 활동할 수 있었고,

햇빛 덕에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으며,

햇빛 덕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햇빛의 덕은 다 보면서도

어둠을 빛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빛은 하늘에서 비추지만 사람은 땅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늘을 사랑하면 빛을 향하고

땅을 사랑하면 빛을 등질 것입니다.

 

오늘 오시는 아기 예수는 온 세상, 모든 사람을 비추는 빛입니다.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춥니다.

그러나 햇빛이 비춘다고 다 햇빛을 쬐는 것은 아닙니다.

햇빛은 쬐는 사람에게 쪼이는 것입니다.

안에만 처박혀 있는 사람은 햇빛을 쬐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빛을 쬐지 않을 겁니다.

바깥의 햇빛에 안의 열망, 즉 사랑이 있어야

햇빛은 쪼이고 우리는 햇빛을 쬡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고,

세상에 계셨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으며,

그래서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사람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하느님으로부터 숨듯이 빛을 피해 숨고,

악령과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빛은 우리의 발걸음을 비추기도 하지만

우리의 죄를 들추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