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찬선 신부님

☆ 발원지의 물은 언제나 쫄쫄쫄하다

김레지나 2011. 12. 20. 21:12

발원지의 물은 언제나 쫄쫄쫄하다


          큰 강의 발원지를 찾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대단히 설레게 하면서도

          숙연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곳이 어디인지, 얼마나 깊을지,

          얼마나 높을지,
          그리고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큰 법이지요.

          그런데 막상 거슬러 올라가 발원지를 보게 되면
          그 물은 쫄쫄쫄 흐르는 물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쫄쫄쫄함에

          실망스럽다고 할 겁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아니 시인의 눈만 가져도

          그 쫄쫄쫄함에 오히려 감탄을 할 겁니다.

          이 쫄쫄쫄함이,
          이 쫄쫄쫄한 물이 그 큰물의

          발원지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고 누룩과 같다고 할 때의
          그 겨자씨와 그 누룩의 작음과 같습니다.

          우리 인류 구원의

          그 엄청난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발원지는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이라는 시골 마을,
          아니 그 시골 마을의 마리아,
          아니 그 시골 처녀 마리아의 작은 입입니다.

          그 입이 한 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가

          그 발원지입니다.

          구원을 잉태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지껄이는 말, 떠드는 말,

          욕하는 말, 주장하는 말이 아닌,
          마리아처럼 수락하는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저희 수도회에서는 관구장이나 평의원을 선출하고는
          본인의 수락 여부를 묻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때 그를 선출한 형제들의 눈과 입은

          그 형제의 입에 집중됩니다.
          그리고 그 입에서

          “예, 수락합니다.”하는 말이 나오며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그 힘든 책임, 그래서
          모두 하기 싫어하는 책임을 수락했기 때문입니다.

          큰 강은 또한 수없이 많은

          다른 발원지의 물들이 합쳐진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도 우리의 수없이

          작은 수락들이 합쳐진 것입니다.
          마리아의 수락을 본받아

          우리도 수락의 말을 할 때,
          그 원초적인 수락에

          우리의 수락이 합쳐질 때
          인류 구원의 엄청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우리의 수없이 작은 수락의 말들이

          우리 구원의 발원지입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