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지의 물은 언제나 쫄쫄쫄하다
큰 강의 발원지를 찾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대단히 설레게 하면서도
숙연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곳이 어디인지, 얼마나 깊을지,
얼마나 높을지,
그리고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큰 법이지요.
그런데 막상 거슬러 올라가 발원지를 보게 되면
그 물은 쫄쫄쫄 흐르는 물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쫄쫄쫄함에
실망스럽다고 할 겁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아니 시인의 눈만 가져도
그 쫄쫄쫄함에 오히려 감탄을 할 겁니다.
이 쫄쫄쫄함이,
이 쫄쫄쫄한 물이 그 큰물의
발원지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고 누룩과 같다고 할 때의
그 겨자씨와 그 누룩의 작음과 같습니다.
우리 인류 구원의
그 엄청난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발원지는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이라는 시골 마을,
아니 그 시골 마을의 마리아,
아니 그 시골 처녀 마리아의 작은 입입니다.
그 입이 한 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가
그 발원지입니다.
구원을 잉태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지껄이는 말, 떠드는 말,
욕하는 말, 주장하는 말이 아닌,
마리아처럼 수락하는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저희 수도회에서는 관구장이나 평의원을 선출하고는
본인의 수락 여부를 묻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때 그를 선출한 형제들의 눈과 입은
그 형제의 입에 집중됩니다.
그리고 그 입에서
“예, 수락합니다.”하는 말이 나오며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그 힘든 책임, 그래서
모두 하기 싫어하는 책임을 수락했기 때문입니다.
큰 강은 또한 수없이 많은
다른 발원지의 물들이 합쳐진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도 우리의 수없이
작은 수락들이 합쳐진 것입니다.
마리아의 수락을 본받아
우리도 수락의 말을 할 때,
그 원초적인 수락에
우리의 수락이 합쳐질 때
인류 구원의 엄청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우리의 수없이 작은 수락의 말들이
우리 구원의 발원지입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강론 말씀 (가나다순) > 김찬선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빛은 쬐는 사람에게만 비춘다. (0) | 2011.12.25 |
---|---|
행복한 맞장구 - 마리아의 찬가 (0) | 2011.12.25 |
축복이 아니라 축성을 (0) | 2011.12.18 |
☆★☆ 아주 오래된 구원계획 (0) | 2011.12.17 |
☆ 유의미한 무의미 -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0) | 2011.12.17 |